이 기록들을 지나오며
나는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어 서 보았다.
무언가를 정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가만히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서 있는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잘 해낸 날보다
흔들리던 날이 더 또렷했고,
대단한 사건보다
아무 일 없던 하루가 더 오래 남았다.
그렇게
마음에 머문 순간들을
하나씩 지나왔다.
그 시간을 만나게 된 것에
조용히 감사한다.
나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채
나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길 위에 서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다시 걸어가려 한다.
조금 더 느린 걸음으로,
조금 더 조용한 시선으로.
나는 오늘도
완성되지 않은 채
내 길 위에 서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시
걸음을 옮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