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남자친구는 다 어디로 갔을까?(2)
중학교는 남녀공학이었다.
'새벽인데 어떻게 올 거야?'
'걸어서.'
내가 좋다던 남자애를 알게 됐고, 번호를 주고받게 됐다. 상대의 감정에 덩달아 반응한 듯 나도 설레기 시작했다. 조막만 한 폰을 꼭 쥐고 문자를 몰래 주고받았다. 그리고 늦은 밤.
'눈 온다.'
'정말?'
문자에 창문을 본 나는 두근거렸다. 새벽, 밤늦게 누군가와 눈을 보고 있는 그 상황은 중2가 견디기 버거울 정도로 로맨틱했다. 우리 집 근처로 오겠다는 망설이던 나는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삑삑 삑삑-
유독 크게 들리던 도어록을 풀고 몰래 집을 나섰다. 엄마를 늘 두려워했던 나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상상 속 엄마가 내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지만 애써 무시했다.
'왔어?'
'어.'
거짓말이 아니었다. 남자애는 두 정거장이 넘는 새벽 거리를 홀로 걸어왔다. 무섭고 추웠을 텐데. 괜한 부끄러움에 툭 내뱉었다.
'와줘서 고마워.'
'안 멀었어.'
우리는 함께 걸어가며 묵묵히 눈을 감상했다. 말수가 많은 아이는 아니었고, 나 역시 입을 다물었다. 문자로 주고받았던 애정 어린 말들이 거짓말인 것처럼 우리 둘 사이는 고요했다.
'괜찮아. 보고 싶어서 왔거든.'
그 한 마디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여기까지 와 준 게 당황스럽기도 했고, 상대의 말이 진심인지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부끄러움이 가장 컸다. 괜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머릿속 한 구석에서 공포에 질린 내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한테 들킨 게 아닐까?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몰래 나가며 문을 닫던 그 심장 떨리는 긴장감. 차갑고 동시에 뜨겁기도 했던 문손잡이. 엄마한테 들키면 죽도록 맞을 지도 몰라.
나는 무사히 돌아왔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날 새벽, 나는 흥분으로 쉽게 잠들지 못했다. 다시 집까지 걸어갔을 남자애에 대해서는 거짓말처럼 잊어버렸다. 엄마 몰래 나갔다가 들어왔다는 사실은 내게 죄책감과 동시에 해방감을 줬다.
그날의 감정은 지금도 선명하다.
남자애가 너무 좋아서? 아니다. 그 친구와는 이렇다 할 연애관계의 형성 없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의 두근거림은 흔들 다리 효과에 가까웠으리라. 유독 그 기억이 강하게 남은 이유는 분명했다.
공포의 대상인 엄마 몰래 남자를 만나는 것. 그것이 엄마에 대한 최초의 반항이었으니까.
***
당신이 기억하는 최초의 반항은 무엇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