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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댕 Sep 16. 2024

4년 차 직장인의 고군분투 이야기

직장생활 권태기, 입사 3년 차를 지나고 나니

오늘부로 나는 4년 차 직장인이다.


모두가 경험한다는 직장인 3년 차 매너리즘 나는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오듯이, 일기장에는 퇴사와 이직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다. 글자인지 그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빼곡하게.


직업 특성상 이직 오퍼는 수차례 받았다. 링크드인에 구직 중으로 표시하니, 매주 헤드헌터한테 연락이 오더라. 연락이 오고, 경력직 면접을 자주 보면 뭐 하나. 항상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는데. 브런치 글쓰기 공간을 빌려서 작으나마 하소연을 하자면, 연봉은 쥐꼬리만 하게 주고 싶어 하면서 팀장의 역량을 기대하는지. 너무 쓸개 빼먹으려다가 탈 난다.


내일을 지우는 마법의 달력이 3년 차를 통으로 지나고 나니, 이제는 악재가 가득하다던 아홉수다. 이뤄낸 거 하나 없이, 나이만 헛 먹어가는 기분이다. 누군가는 스물아홉 살에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설립하여 포춘 500대 기업 CEO 중 가장 어린 최고경영자 중 한 명이다. 반면에, 나는 평범하지만 평범함에서 벗어나고자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직장인에 불과하다.


1년 남은 20대 어떻게 보낼까 고민만 하다가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잠깐 눈만 살짝 감았는데 사회가 정한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난 아직도 가짜 어른인데 어느 순간 가짜의 "가"는 희미해져 가면서 "진"의 글자가 뚜렷해지고 있다. 나이 앞 숫자 한 개 바뀌는 건데,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 가짜 어른은 무엇이고 또 진짜 어른은 무엇일까? 30대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 마음에 1톤의 무거운 추를 달고 있듯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움이 앞선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정말 숫자만 바뀌는 게 맞는 걸까? 나에게 삼십 대란 아득한 먼 훗날 이야기처럼 보였다. 초등학생들은 항상 남북통일을 외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역모가 옷 서랍장 구석에 있다.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단지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착각이 아닐까? 10대보다는 20 때를, 20대보다는 30대에 더 잘 살아야 한다는 그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서른 살은 아직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억대 금액으로 낙찰되는 작품이 나오는 시기가 아니다. 그저 순백의 도화지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보고, 색연필도 사용해 보고 자신과 맞는 미술 도구를 결정할 시기이다. 나이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는 나이에 불과할 뿐이다. 누군가는 20대의 청춘을 죽음의 문턱에 선 노인처럼 사는 반면, 80대가 되어서도 20대 아니 10대의 청춘처럼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도 있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모두가 '괜찮은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 남들처럼 살아가다 보면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을 거란 착각을 한다. 명문대에 졸업을 하여 대기업에 취업을 하면 그게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까? '괜찮은 척' 하는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무엇이 정말 괜찮을 삶은 사는 걸까? 이상을 추구하면서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헛헛해진 마음을 오늘도 달래 본다.

 

4년 차 직장인은 어느 회사의 간판이 아니다. 곧 서른 살이라는 수식어는 필요 없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가는 인생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나를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그게 괜찮은 어른의 삶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날은 최초로 4만 걸음을 찍어보기로 다짐했다. 1,002 걸음을 남기고 집에 와서 뻗은 채 그대로 꿈나라로 사라졌지만 말이다. 서른 살이 생일이 되기 전 앞으로 1년 간, 나는 누군가가 정해 놓은 산책로를 걸어가는 게 아닌, 아름답지만 때로는 험난한 무인도의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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