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충분히 괜찮은 어른입니다
1296일
현 회사에서 인턴부터 시작하여 일한 기간을 계산하면서 나온 숫자이다. 요즘처럼 ‘퇴사’, ‘이직’과 같은 키워드가 핫한 시기에, 한 회사에서 오래 다닌 사람을 찾는 건 드문 일이다. 전체 인원 43%의 근속 연수는 2년 미만, 47%는 2~5년인 통계 자료를 감안하면 편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는 회사는 아니다.
익명의 한국인 직원 참여 인구에 의하면 60%가 직원들은 이곳을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 말한다고 하는데, 믿기 힘든 수치이다. 6%가 아닌가 싶다.
지난 직장 생활 3년을 돌아보니, 모두가 경험한다는 직장인 3년 차 매너리즘을 결국 나도 피해 가지 못했다. 매일 순탄하게 출근하는 척을 하며, 일기장에는 ‘퇴사’와 ‘이직’을 끄적이고 있었다. 이직 오퍼는 수차례 받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내 운명은 4년 차 직장인이다.
그리고 아홉수도 곧 끝나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일은 지우다 마법의 달력’은 분명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화책인 게 분명하다. 앞으로 1년은 특별하게 보내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잠깐 눈을 살짝 감았는데 사회가 정한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난 아직도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인데, 앞자리가 바뀐다고 하니 그에 따라오는 무게감은 1톤의 무거운 추만큼이나 무겁다. ‘아이’는 별똥별에 빙의되어 빛을 잃어버려 땅에 떨어지고 있지만, 눈치도 없는지 하늘에 자석이 붙었는지 자꾸 ‘어른’이 하늘로 쏟아 오르고 싶어 한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모두가 ‘괜찮은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 남들처럼 살아가다 보면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을 거란 착각 속에 산다. 나도 그 착각 속에 살고 있으니 예외는 아닌 거 같다. 괜찮은 게 아닌 괜찮은 척을 하고 살다 보면, 정말 괜찮은 걸까? 우린 어쩌다 어른이 된 걸까? 요즘 어른 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꼭 너무 일찍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 남들이 정해준 길은 정답이 아니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살아있음, 그 자체로 멋진 삶을 살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 나 또한, 내 삶에서도 그 멋짐을 이루어내기에 충분조건으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내고 싶다.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그 추억 중 괜찮은 어른이었다는 기억도 만들어가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괜찮은 어른이었다는 여정을 만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저 오늘을 즐기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처럼, 오늘이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인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오늘 하루가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기억을 만들어가는 여정에, 당신을 초대하려고 한다.
당신은 너무나도 괜찮은 어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