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현재에 집중하는 게 가장 멋지고 대단한 게 아닐까
목적이 없이 어디론가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가 더 길어질수록, 더 간절하게 이 지루함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인생을 되돌아보면 항상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머물었던 기억은 없다. 학창 시절에도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한국을 오고 가며 지역을 여러 번 옮겨 다녔다. 유치원도 두 곳을 다닌 걸 보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긴 했나 보다.
그러기에 이번 당일치기 글램핑은 낙엽이 지고 잎이 다 떨어져 나무들이 주눅 들기 전 조금은 따분함을 달래주었다.
햇볕 쨍쩅한 날씨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비가 오는 바람에 하늘이 조금 꺼무칙칙했다. 그러나 남양주 어딘가에 위치한 글램핑에서는 다수의 반딧불들이 웃음소리로 빛을 내고 있었기에 충분히 밝았다.
반딧불들도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 그러나 행복함을 빛을 대신 표현하고 있는 듯했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원하는 삶을 살면 행복할까.
과연 원하는 삶을 산다고 해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건가?
모두가 원하는 그 행복을 누린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엔서니 보데인이다.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고도 불리는 그는 호텔 욕실에서 숨졌다.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라면 꾸는 꿈을 술김에 쓰다가 출판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본업은 따로 있었다.
셰프였던 그는 요리 업계의 뒷 이야기를 키친 컨피덴셜 (Kitchen Confidential)이라는 책을 쓰고 방송국에서 연락이 온다. 새로운 음식과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게 되었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방송인이 되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다. 길거리에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10명 모두 사랑, 일, 돈 모두를 갖추면 행복할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걸 갖춘 그는 자살했다.
괴테의 파우스트 연극을 보면 독백 장면이 있다. 지적 호기심이 많아 속세적인 지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악마와 계약을 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금지된 지식을 교환하게 된다. 악마의 흑마술로 일시적으로는 주인공 파우스트의 욕심을 충족 시 주는 듯 하나, 계약 기간이 끝나고 악마가 영혼을 가져가고 그는 영원히 저주에 빠져버린다.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믿었다. 역마살이 끼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떠나면 행복할까. 어딘가에 정착을 못하고 있다 보니 떠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다.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