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플랫폼 관하여 <Part 2>

by 아포드



남정:

그럼 다시 플랫폼 이야기로 좀 돌아가 볼까 하는데요. 사실 저도 얼마 전에 블로그를 개설해서 꾸준히 포스팅을 해보고 있습니다만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네요. 열심히 썼는데 읽는 사람도 거의 없고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조금 허탈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걸까요?


코도리:

글이 많이 조회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일단 가능한 많은 서로 이웃을 확보하는 것이 흔히 쓰이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불특정 다수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쓰고 서로 이웃을 신청하는 방식이죠. 이때 상대방도 마침 비슷한 이유로 서로 이웃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면 좀 더 쉽게 승낙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서로 이웃 신청이 무더기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신 최근에 블로그 시작했군요? 그럼 서로이웃이 필요할 테니 함께 윈윈 하죠? 이런 암묵적인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해서 다수의 서로이웃이 확보되면 매일 같이 서로 방문해 주고 서로 조회수를 늘려가며 초석을 다지는 거죠.


남정:

오.. 좀 편법 같은 느낌이로군요? 코도리 씨도 그런 방법을 써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코도리:

아뇨. 그것 또한 꽤 수고스러운 일이고 또 그렇게까지 홍보를 해야 할 정도로 상업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아서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서로 이웃이라는 친근하고 좋은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블로그를 하는 데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남정:

많은 사람들과 이웃을 맺고 서로 방문도 하고 독려도 하면 진입이 더 쉬운 게 아니고요?


코도리:

물론 그런 장점도 있고 서로 이웃을 많이 확보할수록 조회수도 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중에는 블로그 이웃을 빨리 모으는 전략에 대한 각종 팁과 책들도 다수 존재하죠.


그런데 문제는 블로그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닌 이웃 확보가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웃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면 정작 콘텐츠에 집중할 에너지는 줄어들게 되는 부분이 좀 아쉽죠.


남정:

말 그대로 주객전도의 상황이 될 수도 있군요. 이웃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너무 편법적으로 이용하려는 개개인들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면 최근 제가 블로그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것이 있는데 1일 최소 1 포스팅하기를 강조하는 분들이 꽤 많더군요? 역시 매일 올리는 것이 중요한 걸까요?


코도리:

상업성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라면 많은 수의 포스팅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간단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매일 글을 쓰는 것과 매일 포스팅을 하는 것이 동의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써내는 행위보다 '생각하기'라는 것에 더 큰 비중이 있다고 봐요. 그래서 당장 한 줄 밖에 쓰지 못했지만 많은 생각을 했다면 그것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수확은 하지 못했겠지만요.


남정:

아! 그건 무슨 말씀인지 대략 짐작이 가네요. 저도 월간지에 매월 에세이 한편씩을 기고하고 있는데요. 별로 길지 않은 글이지만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하자면 쉽게 진도가 나가질 않더군요. 확실히 들인 시간에 비해서 분량이 안 나올 때가 있습니다.


코도리:

네. 그리고 하루 만에 생각하고 정리하기 버거운 주제의 글도 있을 거고요. 따라서 매일 한 편 이상 글을 발행하는 것도 장점이 있지만 생각나는 것들을 다 쏟아낼 수 있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열매를 예로 들면 조금 덜 익었더라도 매일 꼬박꼬박 수확해서 출하를 할 것이냐 좀 더 기다리면서 영글 수 있는 여지를 줄 것이냐의 차이라고 봅니다.


남정:

열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대학 시절 한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오르네요. 글은 작황과도 같아서 열심히만 쓴다고 매번 풍년이 드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죠. 원하는 만큼 수확하지 못했다면 잠시 멈추고 땅을 쉬게 해줘야 하는 것처럼 글을 나오지 않을 때는 펜을 내려놓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요.


그제야 흔히 작가들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씩 겪는 'Writer's block'(작가나 창작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하거나 글을 쓰는 능력이 일시적으로 막혀 창작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현상)이 이해가더군요.


코도리:

오.. 근래 들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공감 가는 이야기인데요? 물론 촌각을 다투는 요즘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요. 그런 의미로 글을 얼마나 빠르고 많이 생산하느냐에 중점을 둔 챌린지도 좋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새로운 시도와 깊이를 추구하는 세력도 늘어나서 밸런스를 좀 맞추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남정:

혹시 또 모르죠. 패스트푸드가 만연하는 와중에도 슬로우푸드를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처럼 대세라는 것은 정반대의 수요를 싹 틔우는 씨앗이 되기도 한답니다. 블로그 이외에도 플랫폼이 있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시간상 다 다루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코도리:

네. 이외에도 브런치, 티스토리, 구글 블로그, 워드프레스 등이 있고 또 각자 특성이 있지만 결국 추구하는 것들은 비슷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남정:

네. 오늘은 이만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주제로 만나길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