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이 모여 다른 시선으로 써 내려가는 월간 <IOW>의 편집장 '남정'입니다. 그간 불특정 다수의 분들을 초청해서 사회 현상, 문화, 예술 등을 주제로 각자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종종 가져왔었는데요. 그 시간 자체는 아주 즐거웠지만 유명해서 좀 바쁜 분들도 계시고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섭외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명하지 않아서 섭외도 쉽고 별로 부담스러워하시지 않아 부르기도 쉬운 어느 한 분을 고정 게스트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코도리 씨!
코도리:
네 반갑습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정:
아! 뒤늦게 든 생각인데 제 소개에 좀 무례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네요. 혹시 기분 나쁘셨나요?
코도리:
글쎄요. 다소 측은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뭐 괜찮습니다.
남정:
양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리포터 리네 씨와 오랜 친분이 있으시다죠? 리네 씨의 소개 덕분에 또 이렇게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아까 들어오면서 마주치는 바람에 인사를 드렸는데 공교롭게 또 바로 옆에 있는 스튜디오로 들어가시더군요. 혹시 만나셨을까요?
코도리:
아 저는 마주치지는 않았고요. 마주치더라도 피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편집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부터 정신이 산만해질 것 같아서요.(웃음)
남정:
하하. 뭔지 알 것 같습니다. 리네 씨가 에너지가 넘치긴 하죠. 자 그럼 이야기에 앞서 코도리 씨가 운영 중인 블로그에서 글을 몇 편 정도 읽어 봤는데 저희 월간지랑 성향이 좀 비슷하시네요.
코도리:
운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간간이 쓰고 싶은 게 떠오르면 적어보고 있습니다. 제가 은근히 반골 기질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비슷하다고 느끼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정:
네. 저희도 다른 사람과 다른 시선을 슬로건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일부 교차하는 부분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첫 번째 주제 역시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는 저희 입장에서 그리고 글을 업로드하고 계신 코도리 씨의 입장에서 서로 교차점으로 닿아있는 주제로 선정해 보았는데요. 바로 <글과 플랫폼>이라는 주제입니다. 저에게 플랫폼이라고 하면 IOW가 될 수 있겠고 코도리 씨에게는 블로그가 해당되겠군요. 코도리 씨는 블로그라는 플랫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또 만족하고 계시나요?
코도리:
음.. 죄송하지만 대답하기에 앞서 한 가지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
남정:
네. 그럼요.
코도리:
편집장님은 포털 사이트를 주로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시나요?
남정:
그야 뭔가 궁금할 때죠. 긴가민가 한 것들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이나 새로운 이슈 또 제가 미흡한 전문지식 같은 것들요. 아! 그리고 쇼핑. 이거 빼놓을 수 없죠.
코도리:
역시 그러시군요. 블로그는 결국 네이버라는 포털 사이트의 일부로 속해있는 플랫폼이고 또 둘은 기업 이익을 위해 효과적으로 연동되어야 하죠. 네이버에 원하는 것을 물었을 때 블로그가 대답하는 형태로 말이죠. 그런데 네이버에 접속하면서 오늘은 어떤 글귀를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사실상 극소수이거나 없지 않을까 싶어요. 보통은 편집장님과 같은 목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따라서 정보성이나 광고성이 없는 글들은 자연스럽게 수요의 선상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블로그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선도하고 있는 영상과 사진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글이라는 매체에 중점을 두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매체만 다를 뿐 결국 쉽고 빠른 자극을 줄 수 있는 포스팅이 선택받는다는 것은 같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글이라는 매체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진득하게 깊이 있는 글을 써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아이러니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남정:
글을 표방하고 있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라. 과연 듣고 보니 그럴 수 있겠군요. 보통 눈에 쉽게 띄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글들을 클릭하게 되니까요. 전략적이고 트렌디한 글로 많은 선택을 받은 게시물은 성공적일 수 있으나 그것이 글로써 충실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니까요.
코도리:
맞습니다. 물론 일기장처럼 그저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만족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어쨌든 블로그라는 것은 웹상에 업로드되고 공공연하게 읽히기 위함이 전제돼 있는 거죠. 그래서 수요는 해당 플랫폼을 성향을 좌우하게 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물론 기업이 먼저 그 수요층을 타게팅 한 것도 있겠지만요.
남정:
그렇군요. 그럼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로 넘어가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코도리:
글쎄요. 그건 측면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머릿속에 흩뿌려진 직소 퍼즐을 한 조각씩 찾아내서 짝을 맞추고 마침내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해 내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당연하지만 큰 그림일수록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제 짝을 찾는 것도 힘들어지겠죠.
남정:
그 퍼즐 조각들이란 한마디로 경험이나 지식에 해당하는 소위 인풋(input)에 해당하는 것이겠군요? 그럼 뭐가 되었든 일단 가능한 많은 퍼즐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겠네요?
코도리:
정확히 이해해 주셨네요. 결국 해당 그림에 꼭 맞는 퍼즐 조각이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림은 완성될 수 없을 테니까요. 비트 코인만 채굴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그런 퍼즐을 구하기 위한 채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남정:
비트 코인 이야기를 꺼내시니 9만 달러에 들어갔다가 아직 본전도 찾지 못한 아픔이.. 아. 제가 괜한 사담을 꺼냈네요.
코도리: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괜한 이야기를 했네요..
남정:
아무튼 그럼 그 퍼즐 조각들은 주로 어떤 방법으로 확보하시나요? 역시 책을 많이 읽으시는 걸까요?
코도리:
말씀하신 것처럼 대표적인 인풋의 수단이라 함은 그래도 아직까진 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역설적으로 책이라는 것은 금은보화들을 모아놓은 보물 상자와도 같아서 오히려 문제가 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정:
보물 상자에 보물이 가득 들었는데 뭐가 문제죠? 정수들을 모아놨으니 그저 취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닐는지요?
코도리:
보물들이 한데 모여 반짝이면 눈이 부셔서 어떤 게 내가 찾는 보석인지 눈의 띄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빛은 또 다른 빛에 의해 가려질 수 있죠. 그래서 보석의 가치는 외딴곳에서 홀로 만났을 때 비로소 제대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정:
오! 그러니까 평범한 반에서 1등 하던 학생도 우등생만 모아놓은 우등반에 들어가면 별로 티가 안 나는 거랑 같은 이치군요?
코도리:
역시 이해해 주시네요. 물론 책을 잘 못 읽는 저의 변명이기도 합니다. 흡수력이 좋은 분들은 일주일에도 몇 권씩 읽고 하시니까요. 보물 상자를 통째로 취할 수 있는 분들이 대단한 거죠. 그에 비하면 저는 하나하나 따로 알려줘야 하는 효율이 떨어지는 타입일 수 있습니다.
남정:
그럼 독서 말고 다른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요?
코도리:
그런 제가 퍼즐을 모으는 방법은 책보다는 산책에 있습니다. 걷다 보면 오감이 깨어나게 되고 그 순간에 느껴지는 것들은 평소보다 도드라지게 느껴지죠. 게다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지 않아도 이미 머릿속에 꽤 많은 게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가 있어요.
가령 스푼으로 젓지 않은 차는 싱겁기 마련인 것과 같은 이치죠. 스푼으로 저어주면 비로소 재료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본연의 맛을 냅니다. 산책은 가라앉은 몸과 마음을 스푼으로 저어 주는 행위 자체라고 생각해요. 가라앉으면 또 저어서 띄워내고를 반복하는 거죠.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미 들어 있는 것을 건져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남정:
소위 답은 네 안에 있어. 이런 느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마침 저도 요즘 운동 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혹시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시는데 산책이 한몫하고 있다고 봐도 되려나요?
코도리:
글쎄요. 스포츠로써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1년 통계를 봤을 때 하루 평균 9 천보 정도 나오고 있으니까 운동 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 않겠어요?
남정:
오.. 꽤 걸으시네요. 참고가 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플랫폼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하는데요.
(Part 2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