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본 코도리와의 인터뷰

by 아포드


리네:

안녕하세요. 리포터 리네입니다! 코도리 씨! 오늘 이야기해 볼 영화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로군요. 제가 그렇게 추천한 왕사남은 끝끝내 안 보시더니 SF영화는 개봉하자마자 날름 보고 오셨네요? 왕사남 좀 보세요. 요즘 얼마나 핫한데요. 무려 1300만 관객이라고요! 저는 영화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오려고요.


코도리:

아참 그 영화가 있었죠. 흥행한다 싶었는데 벌써 1300만 명이 넘다니 엄청나네요. 300만 정도였다면 오히려 더 끌렸을 텐데 앞에 1이 하나 더 붙어버리니 볼 마음이 줄어드는 건 왜일까요. 게다가 인구 5천만의 나라에서 매번 천만 대 관객을 달성할 때마다 놀라게 됩니다. 여러모로.


리네:

그럼 이번에 보신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아직 천만 관객을 돌파하지 않은 상태라 볼 마음이 좀 나셨던 걸까요?


코도리:

그런 건 아니지만 제가 감명 깊게 봤다는 부분에서 아마 이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보통 제가 두세 번씩 볼 정도로 좋아했던 영화들은 최대 300만 관객 정도가 한계더군요.(웃음)


리네:

저런.. 갓 개봉한 창창한 영화를 두고 그런 초 치는 발언을 하시다니..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명 깊으셨다 이거네요?


코도리:

영화 관람평을 중에 "T로 들어갔다가 F가 되어 나왔다."라는 재밌는 평이 있었어요. 그만큼 SF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미처 기대하고 있지 않은 허점을 자극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도 보다가 울었습니다.


리네:

네에? 공상과학 영화를 보다가 우시다뇨?! 휑한 우주를 배경에서 쓸쓸함을 느끼셨던 걸까요. 저 SF 잘 안 보는데 슬슬 궁금해지긴 하네요.


코도리:

영화 자체는 굉장히 뻔하게 시작합니다. 태양의 표면에 아스트로파지라는 외계 세포들이 달라붙어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며 점점 증식하게 되죠. 그 탓에 태양이 빛을 잃어가면서 지구가 수십 년 뒤 빙하기로 인해 멸망하게 될 거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여기까지 보면 이제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서 방법을 찾아내고 우주로 가서 우여곡절 끝에 태양을 구해내고 관제탑에서는 환호성을 외치며 영화가 마무리되겠구나 하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암울한 전개로 갈 생각이 아닌 이상 그것밖에 방법이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메인 스토리에 외계에서 만난 미지의 존재와의 우정이라는 소재를 매력적으로 섞어 넣었어요. 사실 외계 생명체 '로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렇고 그런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에 "훠우!" 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겠구나 싶었거든요.


리네:

로키라는 외계인이 꽤나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나 보죠? 그런 지구의 사활을 거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동료 외계인은 약간 감초 같은 역할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게 보통이던데요.


코도리:

맞아요. 하지만 이 영화 같은 경우 태양을 되살린다는 주목적이 어느 순간 배경으로 물러나고 인간과 외계 생명체의 조우라는 주제에 초점이 옮겨 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주인공인 그레이스가 로키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에 상당한 러닝 타임을 할애하고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합니다.


극 중 로키는 암석으로 만들어진 거미형 생명체로 등장하는데요. 화음을 조합해서 언어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대화를 합니다.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죠. 그럼에도 대화를 하기 위해 영어와 화음을 하나하나 대조해 컴퓨터에 입력함으로써 실시간 번역기를 만들어내죠.


이런 일련의 과정들에도 축약하는 것보다는 충분히 시간을 들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마치 관객들 또한 그 둘에게 충분히 정들 수 있는 시간을 줄 심산이었다고 생각해요.


리네:

오.. 인간과 전혀 다른 생김새의 외계인이네요. 그것도 거미 모양이라니. 좀 징그러울 것 같기도 해요. 화음으로 대화하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요? 그리고 그게 실시간 번역이 된다고요?


코도리:

이게 소설이 원작인데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있는 설정을 그대로 옮겨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실제로 보지 않고 거미 모양이라고 하면 리네 씨와 같은 반응을 보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암석으로 이뤄진 생명체라서 사실상 징그러움보다는 귀여움 쪽에 훨씬 가깝다고 생각해요.

rocky-thumb-1774032330859.jpg

또 번역기는 그리 유창하지 않습니다. 로키가 보내는 화음들은 "좋음, 나쁨, 질문?, 필요함" 이런 식으로 투박하게 번역되죠. 그런데 저는 이런 점들이 둘의 관계를 애틋하게 표현하는데 더 도움이 됐다고 봐요.


리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게 더 애틋하다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코도리:

개는 '멍멍'할 뿐이고 고양이는 '야옹'할 뿐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듣고 다양한 해석을 하고 여러 가지를 느끼잖아요? 심지어 그들이 실제로는 별 의미 없이 냈던 소리라 했을지라도요. 완벽하지 않은 단서를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거기에 자신의 추측을 더해 더 큰 감정의 확장을 할 수 있습니다.


서로 외형과 언어가 전혀 다른데도 그것을 초월하고 마음이 닿았다는 잔잔한 카타르시스도 발생하죠. 그리고 외형과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불순물 없는 감정과 정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리네:

아! 제가 공원에서 고양이들에게 츄르를 주며 눈물을 흘리는 것과 비슷한 셈이네요.ㅠㅠ 말 못 하는 짐승이라 더 슬픈 그런 거요. 물론 극 중의 로키는 말을 하되 못 알아듣는 것이지만요.


코도리:

그렇죠. 그리고 로키는 인간의 지능을 훨씬 뛰어넘는 지적 생명체죠. 로키가 타코 다니는 우주선을 보면 지구인 주인공의 우주선은 거의 구시대 유물처럼 느껴집니다.


아! 그리고 번역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데 이 영화의 번역가로 '황석희'씨가 참여하셨더라고요? 어쩐지 번역이 굉장히 유연하면서 현지화가 잘 됐다 싶었어요. 이번 로키 대사 번역도 뭔가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음슴체 느낌도 좀 나면서 귀엽고 몰입이 잘 됐어요. 기본 틀은 지키면서도 그 안에서 트렌드와 개성의 비율을 적절히 섞을 줄 아는 감각. 개인적으로 없던 재미도 만들어내는 번역가라고 생각합니다.


리네:

앗! 초월 번역으로 유명하신 그분이군요. 특히 데드풀 번역하셨을 때는 진짜 감탄하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네요.


또 그 밖에 인상 깊었던 부분은요?


코도리:

주인공인 그레이스가 태양을 살리는 임무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초반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아요. 시간대 별로 나눠서 과거를 회상하듯이 조금씩 보여줍니다. 여기에서 약간의 반전 요소가 나오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우주를 떠돌고 있는 현재의 그레이스와 지구에서 생활하던 그레이스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죠.


거기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영웅심 같은 건 없었던 어느 학자가 다른 면모를 띠며 변화해 가는 과정의 흐름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영화를 단조롭지 않게 해주는 좋은 요소였다고 봅니다.


리네:

이번에도 SF 요소보다는 이야기에 관한 부분을 짚으시는군요. SF 영화로서의 관전 포인트는 없는 건가요?


코도리:

어쩌다 보니 비중이 좀 편중돼버리긴 했지만 물론 특수효과나 우주에 대한 표현 같은 건 좋았어요. 단지 요즘은 그런 영화가 너무 많다 보니 상향 평준화가 돼버려서 오히려 할 말이 없달까요.


그리고 단순 우주 액션보다는 외계 생명체와의 교감에 무게 중심을 뒀다는 것도 그런 상향 평준화된 관객의 시선을 잘 파악한 제작진들의 예리한 전략이 아니었다 싶어요. 영화의 장르야 어쨌든 또 한 번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게 중요하니까요.


리네:

또 한 번 보고 싶은 영화. 어쩌면 영화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찬사 중에 하나겠네요. 마지막으로 어떤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코도리:

뭔가 생전 처음 보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위로받는 느낌이 어떤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 느낌이 굉장히 낯설면서도 고마운. 아주 오묘한 느낌일 겁니다.


리네:

그 오묘한 느낌 저도 궁금하네요. 여기까지 리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