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3부(재판장 최진숙)는 배달앱 기업 A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2022노2417)에서 원심을 유지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사는 자사 배달앱 ‘K’를 통해 주문을 받는 음식점들에게 타 플랫폼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영을 간섭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를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고 기소했다.
원심은 A사 임직원들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고의로 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거래상 지위의 남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의 목적과 효과, 경쟁 시장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A사가 특정 음식점에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로 가격 책정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고, 소비자 보호와 시장의 질서를 고려한 조치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배달앱 시장의 특성과 가격 비교의 불편함을 줄이려는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정거래법의 적용과 해석에 있어 기업의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A사의 임직원들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A사가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여 음식점들에게 일방적인 가격 정책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배달앱마다 음식 가격이 다르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A사의 정책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도 고려될 수 있음.
A사의 가격 정책이 다른 배달앱과 비교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강요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움.
배달앱 사업 특성상 음식점과의 관계 유지가 중요하므로 A사가 무리하게 불이익을 강요하기 어려운 구조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심사지침)이 2023년 이후 제정되었기 때문에, 과거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함.
법원은 원심 판결을 유지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와 함께 공소사실 중 일부를 공소 기각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배달앱과 음식점 간의 거래 관계에서 공정거래법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배달앱 기업들의 가격 정책과 수수료 체계에 대한 법적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경우 플랫폼 기업들의 행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