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근로복지공단의 부당이득금 징수 처분 취소 판결
– 산재보험급여 지급 후 3년 만에 부당이득금 환수… 법원 “신뢰보호 원칙 위배” –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징수처분취소 소송(2023구단6017)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 A씨에게 지급된 산재보험급여 중 일부를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한 처분이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하도록 했다.
■ 사건 개요
A씨는 2019년 9월 17일 배달업무 수행 중 교통사고를 당해 외상성 혈기흉 및 다발성 늑골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산재보험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신청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승인하여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총 9,144,320원의 휴업급여와 315,660원의 요양급여를 지급했다.
그러나 A씨는 교통사고 직후 가해 차량의 보험사(D사)와 합의하여 7,600,000원의 배상금을 수령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2023년 2월 8일 A씨가 받은 보험사 배상금 중 일부(2,454,940원)가 산재보험급여와 중복 지급되었다며 해당 금액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공단이 지급 당시 합의금 정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이 지나서야 환수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을 취소했다.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근로복지공단의 지급 당시 과실 인정
A씨는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 당시, 가해 차량 보험사(D사)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신고했다.
공단은 당시 요양급여신청서에 기록된 합의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보험급여를 지급했다.
따라서 공단이 지급 당시 실수를 범한 것이므로, 이를 A씨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판시했다.
2. 3년이 지난 후 환수 처분한 것은 신뢰보호 원칙 위배
법원은 공단이 휴업급여를 지급한 시점(2020년 2월 12일)으로부터 약 3년이 경과한 후(2023년 2월 8일)에야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을 내린 것은 수급자의 신뢰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A씨는 산재보험급여를 지급받은 이후 이를 정상적으로 사용했을 것이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갑작스러운 환수 처분은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공단이 A씨의 신뢰를 저버리고 뒤늦게 부당이득금을 징수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다.
3. 공익상 필요보다 개인의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
공단은 산재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당이득금 환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을 통해 얻을 공익적 이익보다, A씨가 겪을 경제적 불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A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계속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며, 공단이 3년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갑자기 징수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다.
■ 판결 의미 및 전망
이번 판결은 산재보험급여 지급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근로복지공단이 부당이득금 환수를 결정하는 행위가 정당한지에 대한 중요한 법적 판단을 제시했다.
특히, 산재보험 수급자가 보험금 중복 여부를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사후적으로 이를 문제 삼아 환수 결정을 내린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된다고 명확히 판단한 점이 핵심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근로복지공단은 향후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을 내릴 때 지급 당시 과실 여부와 수급자의 신뢰 보호 여부를 더욱 면밀히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사한 사례에서 산재보험 수급자들이 공단의 환수 처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근로복지공단이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