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 베렌츠 교수의 『로마법』은 단순한 법률서적이 아니다. 이 책은 법의 본질과 그 역사적 흐름을 탐구하며, 로마법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해 현대 법체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세계 최초로 번역한 이 저서는, 법학도뿐만 아니라 법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리걸 마인드를 함양할 수 있는 필독서가 될 것이다.
책의 첫 장에서 저자는 헤르모게니아누스 법전을 인용하며, “모든 법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로마법의 기원과 발전이 단순한 법률적 규율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사회적 필요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로마법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법과 사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로마법이 현재 유럽 법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현대 법질서에서 로마법이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제2부에서는 로마법의 기원을 탐색하며, 로마 왕정 시대부터 공화정과 원수정에 이르기까지 법이 사회적 변화와 철학적 사상에 따라 발전한 과정을 조망한다. 마지막으로 제3부에서는 로마법의 기본 원칙과 실제 사례를 통해, 인간 관계와 사회 규율 속에서 법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로마법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법체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독일의 민법, 프랑스의 나폴레옹 법전, 영미법 체계에서도 로마법의 원칙과 개념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법 체계 역시 로마법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민법 조문 대부분이 로마법에서 유래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로마법이 단순한 역사적 법률이 아니라, 현대 법률 체계의 기초가 되었음을 강조한다.
『로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법이 단순히 국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경험과 역사 속에서 발전해 온 것이라는 점이다. 법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특히, 책에서는 공법과 사법의 구분, 법적 평등, 계약과 채무 등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현대 법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책을 통해 우리는 로마법이 단순한 법률적 규범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정의하는 중요한 철학적 기반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특히, 로마법이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며, 시민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갔다는 점은 오늘날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로마법』은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법과 사회의 관계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오코 베렌츠 교수의 연구와 정병호 교수의 번역을 통해, 우리는 법이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발전을 반영하는 살아있는 체계임을 배우게 된다. 법이 인간을 위한 것이며, 인간의 경험 속에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이 책은, 법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