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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by 기담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단순한 '죽음'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는 끝까지 삶을 사랑한 한 여성의 이야기이며, 그 사랑이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에 대한 기록이다. 남유하 작가가 쓴 이 책은 2023년 스위스 디그니타스(조력사망 기관)를 통해 생을 마감한 어머니, 고 조순복씨(남 작가의 어머니)의 마지막 여정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이 기록은 독자에게 '존엄한 죽음'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죽음이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그것을 외면해왔는지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이 이야기는 JTBC 다큐멘터리 <취리히 다이어리>의 원작이기도 하다).


남유하 작가의 어머니는 유방암 4기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에도 꿋꿋하게 삶을 붙들었다. 그러나 끝없이 퍼지는 암세포와 신체를 파괴하는 고통스러운 통증 속에서, 그녀는 결국 '조력사망'이라는 결단을 내린다.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고통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조력사망을 쉽게 오해하는 세상에 단호하게 말한다. 죽음이란 삶의 부정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절박한 순간에도 존엄을 지키려는 마지막 몸부림일 수 있다고.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철저히 개인적인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보편적인 질문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부모와 자식,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어떻게 떠나보낼 것인가",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한다.


남유하 작가는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하는 딸의 복잡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죽음을 도와야 하는 자의 고통과, 그럼에도 지켜야 할 사랑에 대한 책임감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불법이고, 공론화조차 하기도 어렵다. 작가는 어머니의 마지막 여정을 통해, 한국 사회가 "어떻게 인간의 마지막을 존중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이 질문을 회피할 수 없게 된다.


책의 후반부, "애도 일기"에서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 애도하고, 남겨진 이로서 견디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특히 죽음조차 말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의 침묵 속에서 자신의 슬픔을 감추어야 했던 심정은 읽는 이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슬픔을 혼자만의 것으로 남기지 않고, 존엄사 제도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으로 확장하는 작가의 모습은 "개인적 슬픔을 사회적 연대로" 나아가는 귀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삶의 끝자락에서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떠나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가?

이 책은 죽음에 대한 관념을 바꾸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삶의 끝에서 우리가 존엄을 지키고자 할 때 어떤 선택들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남유하 작가가 어머니를 위해 한 선택, 함께한 여정, 그리고 남겨진 이후의 시간까지 모든 것이 "사랑의 표현"이었다. 어쩌면 사랑이란, 상대의 삶뿐 아니라 그들의 죽음마저 함께 준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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