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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역사의 시선

by 기담 Mar 11. 2025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단순히 옛일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읽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선이 되어야 한다. 전우용 역사학자의 <역사의 시선>은 바로 그러한 관점을 견지한 책이다. 이 책은 과거 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 중, 지금 우리 사회가 꼭 새겨야 할 이야기들을 모아 다듬은 것으로, "과거는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현재만 도와준다"는 문장처럼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살아 있는 역사서다.


책의 첫 장인 '그들이 만든 세상에 관하여'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정치, 사회 문제들이 얼마나 깊고 오래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선 시대의 정치가 측은지심, 즉 백성을 동정하는 마음을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지만, 오늘날 우리 정치에서 그러한 마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또한,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외부인을 배척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모습도, 과거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과거 간신들이 최소한의 금도라도 지켰던 것과 달리, 오늘날은 노골적인 아첨과 비굴이 넘쳐나는 현실을 보며, 역사가 주는 경고를 새삼 느끼게 된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 '사람은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라는 두 장에서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역사 속 사례를 통해 말한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조선 시대의 '당동벌이', 즉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과거의 나쁜 습성을 반복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차별, 폭력적 질서,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사회의 풍경 속에서 저자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강하게 말한다.

또한, 안중근 의사의 말을 인용해, 힘으로 유지되는 질서는 결코 평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상대의 마음에 남는 것은 억압이 아니라 응어리진 분노이며, 이는 결국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가?', '작은 변화라도 바라며'에서는 법과 정의, 그리고 최소한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법을 편의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하는 법치주의가 얼마나 중요한 원칙인지 일깨운다.


조선시대에도 탐관오리에게 치욕적인 팽형(烹刑)을 내리며 부정부패를 엄단했던 역사적 사례는 오늘날 우리가 부패한 권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준다.

이 책이 말하는 역사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라고 묻는다. 역사 속에서 반복된 권력의 부패, 아첨과 배척, 힘의 논리가 오늘날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통해, 저자는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쌓아온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희망을 품고 있다. 우리가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고, 그로부터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전우용 교수는 "답을 주는 역사"로서 과거를 대하며, 독자들에게 그 답을 읽어낼 눈을 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정치, 사회, 인간관계, 정의 등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해 역사적 사례를 통해 깊이 있는 성찰을 던진다. 무엇보다, "사람을 위한 세상", "사람다운 사회"에 대한 저자의 절절한 바람이 느껴지는 책이다.

"과거는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현재만 도와준다"는 저자의 말을 다시 되새긴다. 지금,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우려는 노력을 멈춘다면, 우리도 똑같은 실패의 역사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역사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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