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행정청이 유리한 사실관계 알고도 반영 안 하면 재량권 남용"… 버스노선 관련 정산처분 취소 소송 파기환송
대법원은 버스노선 개선명령에 따른 운행거리 연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재정지원 정산처분의 위법성이 문제된 사건에서, 행정청이 상대방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를 인식하고도 반영하지 않았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2025년 3월 17일 밝혔다. (대법원 2024두58692 정산처분취소 등 청구 소송)
◇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피고(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버스 준공영제에 따라 원고(버스운송사업자)의 연료비에 대한 재정지원금 정산과 관련된 소송이다.
피고는 원고를 포함한 버스사업자들에게 표준이동거리와 표준연비에 따라 표준연료비를 산정한 후, 실제 지출한 연료비와 비교해 차액을 정산해왔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의 버스노선 운행거리를 연장하는 개선명령을 내렸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산처분을 실시해 초과지급금을 공제하자, 원고는 해당 정산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 쟁점 및 대법원 판결 요지
1.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에서 사실오인 여부
대법원은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그 재량이 사실오인, 비례·평등원칙 위반, 부정한 동기 등에 기초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를 심사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행정청이 자신이 한 처분(버스노선 개선명령)에 따라 상대방에게 유리한 사실관계가 형성된 것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재량을 행사한 경우, 이는 사실오인에 기초한 것으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 상대방의 자료 미제출이 있는 경우
또한 상대방이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행정청이 스스로 알고 있던 유리한 사실관계를 반영하지 않은 경우에는 자료 미제출로 인해 사실오인이 발생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전히 재량권 남용이 성립된다고 밝혔다.
즉, 자료 미제출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행정청의 책임이 면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대법원의 결론 및 원심 파기 이유
대법원은
원고가 운행거리 연장에 관한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거리 연장은 피고의 공식 명령에 따른 것으로 피고가 이미 인식하고 있었던 사실관계라며,
이를 반영하지 않은 정산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고의 자료 미제출만을 이유로 정산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행정청이 스스로 알고 있는 유리한 사실관계를 무시한 처분에 대해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한 중요한 사례로,
행정청의 사실관계 인식과 재량 행사 간의 관계,
상대방의 자료 미제출이 행정청의 책임을 면제하지 않음을 명확히 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준공영제 등 공공 서비스와 관련된 재정지원 체계에서 행정청의 공정한 재량권 행사와 합리적 정산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한 판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