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일제 택시기사의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1일 8시간의 벽, 그리고 통상임금의 기준”
근로시간의 개념은 노동법의 핵심 요소다. 특히 격일제와 같이 일반적인 일일 8시간 근무체계와 다른 구조를 가진 직종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의 해석이 복잡하게 얽히며, 이에 따라 최저임금의 산정이나 통상임금 여부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대법원이 선고한 2022다257238 판결은 이러한 논점에 대하여 명확한 법리를 정리하며, 노동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사건의 배경: 소정근로시간과 정액사납금제의 충돌
이 사건의 원고는 피고 택시회사의 격일제 운전기사로서, 일명 ‘정액사납금제’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즉, 일정 금액 이상의 운송 수입을 채우면 초과분이 급여가 되는 방식이었다. 당초 2003년 임금협정에 따라 격일제의 일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총 17시간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의 지역별 특례조항이 김해시에도 적용되면서, 피고 회사는 해당 조항의 부담을 회피하고자 격일제 소정근로시간을 대폭 단축한다. 2010년에는 4시간으로, 2016년에는 2시간으로 각각 단축되었고, 이를 ‘단축 합의’라 불렀다. 원고는 이러한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본래의 17시간 중 8시간 또는 그 이상을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 미달액을 청구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미달을 반영한 퇴직연금 미납 입금액도 함께 청구했다.
대법원의 판단: 근로시간은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격일제와 같은 특수한 근무형태라 하더라도, ‘소정근로시간’으로 간주할 수 있는 범위는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1일 8시간, 1주 40시간 이내라고 판단하였다. 사용자가 정한 근로시간이 17시간이라고 해도 그 초과 시간은 연장근로에 해당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저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대법원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근로시간이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 부분은 최저임금 지급 대상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하며, “이는 격일제 근무 형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17시간 전부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할 수는 없으며, 법정 근로시간인 ‘1일 8시간’까지만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격일제, 24시간 교대근무 등 비전형적 근무형태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 원칙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와의 합의에 따라 실질적으로 장시간 근로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법정 기준을 초과한 시간은 ‘소정근로’로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와 노사 양측 모두에게 중요한 시그널이다.
통상임금의 쟁점: 상여금은 언제 ‘정기성’을 가지는가?
한편, 이 사건은 통상임금의 판단기준과 관련한 쟁점도 함께 담고 있다. 원고는 ‘퇴직연금 미납 부담금’을 산정하면서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해당 상여금은 일정 근무일수를 채우고, 중대한 교통사고를 일으키지 않아야 지급되는 구조였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 따라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였다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임금”이어야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고 보면서도, 일정한 조건이 붙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의 상여금은 단순히 소정근로를 다한 것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중대한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대법원은 이 조건이 실질적으로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추가적 자격 요건을 충족한 데 대한 보상’의 성격을 띤다고 보고, 이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로써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관한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면서도, 조건부 지급 항목의 통상임금성을 보다 세밀하게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노동시장에 주는 시사점
이번 판결은 두 가지 중요한 법리를 명확히 정립한다.
첫째,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저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또는 임금협정 등을 통해 장시간 근무를 인정했다 하더라도, 최저임금법 적용에 있어선 법정 근로시간을 절대 기준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둘째, 통상임금의 인정 여부는 단순히 지급 조건 유무가 아니라, 그 조건의 ‘성격’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상여금 등 지급 항목에 일정 조건이 붙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아니면 ‘추가적 자격의 달성에 따른 보상’인지를 구별하여 통상임금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사용자의 고의적 조작이나 근로계약의 형식적 문구에 의해 최저임금법령이 우회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근로조건과 보상의 구조를 면밀히 따져야 함을 강조하는 의미를 가진다.
맺음말
격일제, 교대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소정근로시간과 통상임금 해석의 중심축을 다시금 법정기준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최저임금 보장은 단지 시간의 길이 문제가 아니라, 근로시간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우리 노동시장에 실질적이고도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