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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재산분할 시점

by 기담

재판상 이혼 후 재산분할의 기준시점 ― 대법원 2025스595 결정의 의미

1. 들어가며


부부가 혼인 관계를 해소할 때 재산분할은 가장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단순히 재산적 이해관계를 넘어, 혼인 생활의 공평한 청산이라는 제도적 목적과 직결된다. 특히 재판상 이혼이 확정된 후 뒤늦게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을 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번에 선고된 대법원 2025스595 결정은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기존 판례의 틀을 재확인하면서도, 외부적이고 후발적인 사정을 재산분할 가액 산정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 재산분할 청구의 법적 근거


민법 제839조의2는 협의상 이혼한 일방이 다른 쪽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음을 명시한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도 같은 조항이 준용되며(민법 제843조), 이는 곧 부부 어느 한쪽이 이혼 확정 이후에도 재산분할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재산분할 사건은 가사비송사건으로 분류되므로(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4)), 민사소송과 달리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나 입증에만 매이지 않고,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의 실체와 그 가액을 스스로 조사·확인하여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다.


3.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에 관한 원칙


기존 판례에 따르면, 재판상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에서 분할 대상 재산과 그 가액은 원칙적으로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한다(대법원 2000스13 결정, 2021므16933 판결 등). 이는 사실혼 해소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왔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혼 조정이 성립한 뒤 한쪽이 별도로 재산분할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조정 성립일을 기준으로 분할 대상 재산과 그 가액을 산정하는 것이 원칙임을 명확히 했다. 즉, 재판상 이혼 확정 전후의 절차적 단계와 무관하게, 부부의 공동재산은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종결된 시점을 기준으로 청산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4. 외부적·후발적 사정의 고려 가능성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조정 이후 발생한 재산 가치의 급격한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 문제된 아파트는 이혼 조정 무렵과 원심 심문종결 시점 사이에 급격히 시세가 하락하였다. 만약 조정 시점을 고수한다면, 그 하락분은 상대방(명의자)에게만 귀속된다. 이는 부부 공동재산의 공평한 청산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반할 소지가 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정 시점을 기준으로 하되,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유지된 재산에 발생한 외부적이고 후발적인 사정으로 인해 한쪽에게만 과도한 이익이나 손해가 귀속된다면, 이는 재산분할 제도의 목적에 현저히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후발적 변동을 반영할 수 있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설시하였다.

이는 사실혼 해소와 관련된 2023므11856 판결의 취지를 재판상 이혼 재산분할에도 확장 적용한 것으로, 기준시점을 경직적으로 고집하지 않고 합리적·공평한 결과를 도모하려는 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5. 사건의 구체적 적용


원심은 위 법리를 바탕으로,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은 조정 성립일로 보되, 이 사건 아파트의 가액은 원심 심문종결 무렵의 시세를 반영하였다. 대법원도 이를 수긍하여 재항고를 기각하였다.

즉, 법원은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공평한 재산분할이라는 제도의 본질적 목적을 충실히 구현하였다. 단순히 형식적 기준일에 구속되지 않고, 실제로 발생한 경제적 상황을 합리적으로 반영함으로써 현실적 정의에 접근한 것이다.


6. 판례의 의의와 향후 과제


이번 결정은 재산분할의 기준시점을 둘러싼 기존 법리를 다시 확인하면서도, 후발적 사정을 참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처럼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일정한 시점을 고정하여 재산을 평가할 경우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법원이 후발적 사정을 탄력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은 재산분할 사건의 실질적 형평을 보장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다만 “어느 경우를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단순한 시세 변동은 시장경제의 일반적 위험이므로 항상 반영할 수는 없다. 따라서 법원이 어떤 상황에서 후발적 사정을 참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향후 축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7. 맺으며


재산분할은 혼인 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중요한 과제다. 대법원 2025스595 결정은, 원칙적으로 조정 성립일을 기준으로 삼되, 부부 공동재산의 공평한 청산이라는 제도적 목적을 훼손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후발적 사정을 제한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재산분할 제도의 본질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동시에, 향후 법원이 현실적 형평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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