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도16540 판결은 거주자가 비거주자로부터 가상자산을 수령하여 이를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한 뒤 비거주자가 지정한 국내은행 계좌로 원화를 송금한 행위가 외국환거래법 제8조 제1항, 제3항이 정하는 등록 요건을 위반하여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으로, 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지급·수령 행위가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업무로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외국환거래법은 제1조에서 명확히 하듯 외국환거래와 대외거래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여 대외거래를 원활히 하면서 국제수지의 균형과 통화가치의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이러한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려는 자는 원칙적으로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하고, 등록하지 않은 채 외국환업무를 취급하는 자는 제27조의2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나아가 외국환거래법은 외국환업무의 범위를 제3조 제1항 제16호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나목은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추심 및 수령’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른바 ‘나목의 외국환업무’는 전통적으로 외국환은행이 독점적으로 취급하던 영역으로, 개정 과정을 거쳐 다소 취급 주체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국환은행만이 특별한 제한 없이 처리할 수 있는 본질적 업무로 남아 있다.
따라서 등록하지 않은 자가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였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형식적인 송금 행위 여부를 넘어, 외국환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무등록 외국환업무 처벌의 취지를 고려하고, 구체적으로 행위의 경위와 목적, 거래의 규모와 횟수, 기간, 영리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외국환은행이 담당하는 지급·수령 업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반복적·계속적으로 수행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이는 외국환업무가 갖는 특수성과 국가경제질서에 미치는 파급효과 때문에, 단순히 개인 간의 금전거래와는 달리 외국환거래법의 관리·감독 체계에 편입되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은 베트남 국적의 비거주자 A로부터 가상자산을 받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매도하고, 그 대금을 A가 지정한 국내은행 계좌로 반복 송금하였다. 형식적으로 보면 이는 단순한 가상자산 매매 및 송금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비거주자가 해외에서 매수한 가상자산을 국내에서 원화로 환전하여 특정 수취인에게 전달하는 구조로, 이는 외국환은행이 해외 은행으로부터 지급 지시를 받아 국내 수취인에게 원화를 지급하는 타발송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대법원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피고인이 수행한 행위는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수령 과정에서 외국환은행이 담당해야 하는 외국환업무를 사실상 대체한 것이라고 보았다.
특히 대법원은 피고인이 수행한 송금 행위가 단발적이 아니라 일정한 규모와 횟수, 영리성을 갖춘 반복적 행위였음을 강조하면서, 만약 이러한 업무를 무등록 상태에서 누구나 업으로 영위할 수 있다면 외국환업무취급기관에 외국환업무를 집중시켜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적법성을 확보하려는 외국환거래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외국환업무의 독점적 취급 구조는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대외거래 자금의 흐름을 국가가 일정하게 통제·감독함으로써 자금세탁 방지, 불법 외환거래 억제, 국제수지 관리, 통화가치 안정 등을 확보하려는 본질적 장치라는 것이다.
원심은 이러한 행위를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유죄를 인정하였고, 대법원도 이를 수긍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의 행위는 등록 없는 상태에서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영위한 것으로 확정되었다.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이 기존 금융 규율 체계에 어떻게 편입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가상자산은 그 특성상 국경을 초월한 이전이 용이하고, 거래 구조가 복잡하여 외형상 단순한 자산 교환이나 매매로 포장될 수 있으나, 이를 통해 사실상 외국과 국내 간의 지급·수령이 이루어진다면 외국환거래법이 규율하는 외국환업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송금 행위가 단순한 개인적 거래로 오인되어 무분별하게 확산될 경우, 국가 차원의 자금 흐름 관리 체계가 무너질 수 있음을 방지하기 위한 경고의 의미를 가진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실무적으로도 큰 시사점을 준다. 첫째, 가상자산을 이용하여 해외 자금을 국내로 유입하거나 국내 자금을 해외로 이전하는 구조는 형식상 가상자산 거래로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외국환거래법상 지급·수령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둘째, 무등록으로 외국환업무를 수행하는 행위는 그 규모와 반복성, 영리성에 따라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개인이나 기업이 해외 자금 이동을 목적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할 경우 반드시 관련 법령을 확인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셋째, 이번 판결은 향후 가상자산 규제의 방향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가상자산을 단순히 새로운 투자 수단이나 개인 간 거래 수단으로 보는 차원을 넘어, 전통적 금융 규율 속에서 외환거래의 한 형태로 포섭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대법원 2024도16540 판결은 가상자산 거래라는 새로운 현상을 기존 외국환거래법의 틀 속에 위치시키며, 등록 없는 외국환업무 취급을 엄격히 처벌함으로써 외국환거래법의 규범력과 실효성을 강화한 판례로 평가된다. 이는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이동이 본질적으로 외환거래의 또 다른 변형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향후 국가경제질서의 안정과 자금세탁 방지, 국제금융질서의 준수라는 목적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판례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