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

휘파람 부는 사람ㅡ메리 올리버

by 어린왕자


"나는 그대에게 고의로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ㅡ사자의 기사 이웨인

그저 대화의 한 토막
길고 천천히 도착하는 편지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자연스럽고, 기꺼이 미완성인 작품이라고 서문에서 밝히듯이 메리 올리버의 작품은 시인이 쓰는 산문이다.

메리 올리버는 미국의 시인으로 내셔널 북 어워드와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이어 자연을 노래한 많은 시를 남겼다. 그녀의 자연을 소재로 쓴 시를 <뉴욕 타임스>는 단연코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이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더 풍요롭고 더 나은 삶이 우리에게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한 1855년작 시집 <풀잎>은 솔직한 성에 대한 비유적 묘사로 인해 당시 크게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동시대의 비평가들에 의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의 작품이 대중적 문화로 스며들었고 미국 시의 중심이 되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메리 올리버의 작품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경이로움, 경이로움보다 더 경외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집을 짓지만 살기 위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집 짓기를 위한 집 짓기를 하는 모습에서 느리지만 서두르지 않으며 조심스러운 속도로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읽는 내내 소로를 연상시킨다. 느리지만 집 짓기에 오로지 몰입하는 모습이 오히려 경외스러우면서 아름답다.


'거북이 자매' 중 연못에서 나온 암컷이 알을 낳기 위해 둥지를 찾아 나서는데 언덕을 오르다 그 몸 위에 유리와 먼지를 입고 여행한다고 하는 대목에서 숨죽여 읽을 수밖에 없다. 어디가 안전할까 찾고 있지만 늘 주위엔 방해꾼이 많다. 겨우겨우 천적인 너구리를 피해 둥지에 안전하게 알을 낳았건만 아서라, 더 큰 방해꾼이 있었다. 세상에 거북이 알 중 13개를 들고 와 스크램블을 만들어 먹었다지 않은가. 남은 알들이 너구리로부터 지켜졌지만 신 가운데 으뜸의 신인 인간의 식욕 앞에서 알들은 분해되고 해체되어 갔다. 그러면서 나머지 알들은 무사하기를 바라는 인간의 마음. 그 무엇이 식욕을 억누를 수 있을까.


테야르 드 샤르뎅은 인간이 처한 가장 괴로운 정신적 딜레마는 음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것이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걸 알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시인은 백조를 보면서 글을 쓰는데 기러기보다 더 멋진 형상을 나타내고 싶어서 움직이는 백조의 모양을 보고 앙장브망 형식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앙장브망은 앞행의 끝구절이 다음행에 걸치어 계속 이어지는 기법으로,

자신의 시가 무언가를 묻기를, 그 시의 절정에서 그 질문이 응답되지 않은 채로 남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시가 고동침을, 숨차오름을, 세속적인 기쁨의 순간을 담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시를 읽고 있으면 살아 움직이는 아름다운 백조의 날갯짓을 감상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녀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은 우주라는 구조물그 안의 도덕적 질서, 개인의 운명에 대한 우주의 철저하고 오만한 무관심을 설명해 줄 어떤 존재에 대한 고통임을 우리에게 전한다. 상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지 못했던 포의 찬란한 삶의 작품들을 대하면서 우주에서 주어지는 두 가지 능력은 질문하는 능력과 사랑하는 능력이라고, 그것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면서 우리를 태우기도 하는 것임을 가르쳐주는 문장이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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