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보니 부모가 보이네요
차마 잊을 수 없는 것들 4
작은 녀석이 내려온다 했다
내려온다는 얘기도
저 먼저 하지 않았다
애미가 먼저 연휴에 놀러 갈까 물었다
바쁜 일 없으면 데이트하자고
바쁘면 하룻밤 잠만 재워달라고
그랬더니
오늘 내려온단다
그 녀석이 내려오는 게 내가 편한지
애미인 내가 올라가는 게 편한지
어느 게 좋은 지 사실 모르겠다
아들놈이 내려온다면
바쁘다
쇠고기도 좀 사야 하고
잡채도 해 놓아야 하고
아이스크림도 사놓아야 한다
고기에 상추가 빠지면 안 되지
구루마를 끌고 밭으로 간다
제법 일꾼다운지
옆집 아지매가 훈수를 둔다
고칫대가 이리 낮아 안 된다
옆에 올라오는 거 따 주야 된다
톡톡 끊어 주야 고치가 실하게 열린다
사실 고춧대보다 야채를 솎으러 갔다
친구가 연휴에 서울 간다기에
신경 안 쓰게 물도 주려 했다
로메인을 솎아내고
고춧대를 바라보니 톡톡
따 줘야 할 게 많다
허리를 구부려야 한다
엄마가 밭에서
왜 온종일 허리를 구부리며 일했는지
엄마 가신 지 한참이나 지나
이제야 알았다.
고춧대를 보니 눈물이 났다
아들놈 덕분에
물 주러 왔다가
고춧대를 바라보다
아~구 아야, 허리 아파하시던
엄마를 이해했다
자식을 보니
부모가 보인다
이제야
ㅡㅡ어린왕자의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