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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by 선인장

알바를 뽑아본 적이 없어서 구인란에 어떻게 적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선남선녀를 뽑으면 손님이 많아진다는 얘기가 있지만, 동네 단골 장사라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하루 6시간 근무, 여성, 35세 이하, 경력 무관- 대략 이렇게 올렸다.

그다음 날부터 쪽지로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 요즘은 바리스타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세 명의 아르바이트생 면접을 보기로 하였다.

첫 번째 21세, 대학생인데 휴학 중이라고 한다. 인생의 화양연화다 싶을 정도로 밝은 친구였다. 하지만, 면접 시간에 늦은 게 좀 걸렸다,

두 번째 32세, 주부인데 초등학생 자녀가 한 명 있다고 한다. 정말 밝고 밝은 사람이었다. 말도 많은 사람이었다. 면접 내내 머리가 울렸다.

세 번째 24세, 알바, 조용하다. 서비스직에 과연 어울릴까 고민하다. 면접 시간 잘 지키고, 필요 없는 말 안 한다. 뭔가 강단 있어 보인다. ….. 이 친구는 일주일 후 우리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알바생의 이름은 설희다.

이름처럼 설희는 차갑고 하얗다. 작고 몸도 왜소하다. 검은색의 옷은 설희를 더 작고 어둡게 느껴지게 만든다. 브라운 컬러의 앞치마가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돈을 모아야 한다고 하루에 알바 2개를 한다

생각한 대로 똑 부러지는 성격에 일 습득력도 빨랐다. 일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었는데, 확실히 손님들한테 살갑게 구는 건 없었다. 동네 단골 장사에 어르신들도 많아서 그 부분은 영 맘에 안 드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설희가 마음에 들었다. 알바생으로 성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필요 이상의 친절 그건 사장인 내가 하면 된다. 강요하고 싶지 않다.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한 후 5시부터 10시까지 다른 동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고 한다. 밥을 제때 못 먹으니 애가 살이 찔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나는 설희를 줄여서 '설'이라고 불렀다.

나는 점심때 몰려드는 손님은 설이 혼자 하기에는 시간이 좀 걸려서 점심때맞춰 출근한다. 11시 정도 도착해 보니 설이 혼자 있었다.

'아침은?'

'안녕하세요. 아침은 대충 먹고 왔어요'

'배고프면 샌드위치라도 만들어 먹어. 나보다 잘 만들잖아.'

'네'

이렇듯 거의 단답형이다. 하지만 일은 똑소리 나게 잘 한다. 내가 좀 덤벙거리고 꼼꼼하지 못한 부분을 설이가 잘 챙긴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한번 휩쓸고 가면 설거짓거리가 싱크대에 어마 무시하게 쌓인다. 3시가 되면 설이는 칼같이 퇴근한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설이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원래부터 과묵했던 친구라서 말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가끔 웃기도 하고, 말도 예전보다는 많아졌다. 저렇게 똑 부러지고, 똑똑한 친구가, 알바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게 아쉬웠다. 카페가 잘되면 시급이라도 올려주던가, 보너스라도 줄 수 있을 텐데, 아직 그럴 형편이 되지는 못했다.


가게를 오픈한 이후로 근처에 벌써 개인 카페가 3개나 생겼다. 카페 사장님들 온라인 카페를 보다 보면 프차가 안 들어온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동네가 그만큼 이익 타산이 맞지 않아 그 흔하고 흔한 프차가 안 들어오는 건데, 참 맘이 싱숭생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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