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r 20. 2024
그 봄날의 햇살 아래,
마을 어귀에선 온 동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풍악 소리가 어우러져 메아리쳤다.
그 중심에는 오랜 기간 소문이 자자했던
춘식 씨 천덕꾸러기 막내아들 달삼이가
장가가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버지 춘식이와
아들 달삼에게
무척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그 집 가문에게 있어 아버지 춘식은
바위처럼 굳건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바위가 언젠가는 모래알처럼
부드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상상치 못했다.
그 바위가 부서지던 날,
그것은 바로 막내아들 달삼이의 결혼식이
열린 날이었다.
그날 아버지 춘식은
이가 빠진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마치
오랜 세월 동안 간직해 온 기쁨을 모두 해방시키듯 덩실 더덩실 춤을 췄다.
아버지 춘식의 그 춤사위는
마치
시간을 거스르는 듯,
고단했던 과거를 모두 잊게 만드는
마법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달삼이는 아버지 춘식을 통해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아버지 춘식은 자주 말한다.
"우리 아들 달삼이, 많이 컸지?
인물은 나를 닮아야 하는데,
그래도 내가 낫지."
이런 말을 할 때면
항상 미소가 띠었고,
그 미소는 태양보다 더 밝았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 춘식의 모습에서
달삼이는 항상 위안을 얻었다.
결혼식의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 춘식은 막걸리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 순간,
아버지 춘식의 따스한 손길과 함께
흘러나오는 막걸리의 향기는
마치 세상 모든 사랑과 정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 춘식과 나누는 그 막걸리 한 잔은
단순한 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대를 이어가는 가족의 사랑,
전통의 소중함,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 춘식의 마음을 이어받는
의식과도 같았다.
시간이 흘러,
그 봄날의 햇살 아래에서의 기억은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나
아버지 춘식과의 그 소중한 순간들은
아들 달삼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영원히 새겨져 있다.
때로는
힘든 순간에
그 기억들이 달삼을 일으켜 세우고,
또 때로는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달삼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그렇게 아버지 춘식은 늘 달삼의 삶 속에서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아버지 춘식의 사랑과 가르침은
달삼을 이끄는 빛이 되어주었고,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바래지 않는 영원한 진리로
남았다.
아버지와의 그 순간들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아니라,
달삼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추는
등대와도 같았다.
달삼이는 지금도 가끔
그날의 막걸리 한 잔을 떠올린다.
그 술잔을 통해
전달된 따스함과 사랑은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해도 변치 않는 것이다.
그것은 달삼에게 아버지 춘식이
언제나
달삼 곁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어렵고 힘든 순간마다
아버지의 그 따스한 미소와 격려의 말씀이
달삼 마음속에서 울려 퍼진다.
아버지와 나눈 막걸리 한 잔은
단지
술을 마시는 행위를 넘어서,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의미한다.
그 한 잔은
그 가족의 역사와 전통을 달삼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달삼은 이제 그 전통을 이어받아
미래 세대에게도 같은 가르침과 사랑을
전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아버지 춘식의 가르침을 통해
달삼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것은 바로
가족의 사랑,
전통의 소중함,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용기다.
이 모든 것이
아버지 춘식과 나눈 막걸리 한 잔 속에
담겨 있었다.
때로는
막걸리 한 잔이 단순히 술이 아니라,
삶의 교훈과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달삼은 깨달았다.
그리고
이 교훈은 달삼을 통해
계속해서 전해질 것이다.
그래서 달삼은
오늘도 막걸리 한 잔을 앞에 두고,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를 꿈꾼다.
그 한 잔 속에는
아버지의 사랑과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으며,
그것은 달삼이 걸어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빛이다.
ㅡ
바로
그
내 친구
달삼이는
지금
아버지 춘식이 나이만큼
먹었다.
허나
암 투병 중이다.
달삼은
그의 아버지 춘식과의
막걸리 한 잔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