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흙의 노래

시인 백영호, 청람 김왕식









흙의 노래



시인 백영호




애당초 춥고 배고픈
땅의 조상 모시고 태어나
떨었고 아팠고 목말랐으니

선대의 잎잎이 떨어져
죽어 간 자리
낙엽은 낙엽으로 소복소복
흙이 되고 양분이 생명 틔우니
봄날의 빛세상이라

하얀 민들레 홀씨 흩날리며
영토 넓히어
어머니 젖줄 같은 옥토에
백 년 낙락장송 뿌리 뻗어
거침없이 내달렸고

연두는 초록으로
초록은 오색단풍으로
단풍은 버리고 비우는
나목의 계절 향해 달렸으니
화려했던 영화도
탄생도 성장 소멸도
낙엽으로 죽고 죽어
뼈마디마디 진토되어 간
장하다,
끝끝내 흙의 노래로 하늘 올랐다.









백영호 시인의 <흙의 노래>는 삶과 죽음의 순환,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불가분의 관계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시는 "애당초 춥고 배고픈 땅의 조상 모시고 태어나"라는 첫 구절로 시작되어, 태초부터 이어진 자연의 고난과 생명의 시작을 암시한다. 이는 우리 모두가 자연의 일부임을 상기시키며, 자연의 순환 과정 속에서 인간의 삶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근원적 진리를 드러낸다.

"선대의 잎잎이 떨어져 죽어 간 자리 낙엽은 낙엽으로 소복소복 흙이 되고"라는 부분에서는 낙엽이 자연으로 돌아가 흙이 되고 다시 생명을 틔우는 자연의 순환 과정을 강조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는 생명의 연속성과 자연의 재생 능력을 조명한다. 이는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감과 함께,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얀 민들레 홀씨가 흩날리는 모습을 통해 자연이 스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생명을 낳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자연의 무한한 가능성과 창조성을 나타내며,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로서 그 창조적 에너지의 일환임을 상기시킨다.

시의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단풍은 버리고 비우는 나목의 계절 향해 달렸으니"라는 구절은 계절의 변화를 통해 자연이 어떻게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자연이 가진 끊임없는 변화의 속성과, 그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지는 생명의 힘을 상징한다.

시 전체를 통해 백영호 시인은 흙이라는 자연 요소를 중심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자연의 순환을 탐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깊은 주제의 표현에 있어서 더욱 다채로운 어휘의 사용이 시의 풍부함을 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시적 화법을 활용해 감각적 이미지를 극대화한다면 독자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백영호 시인의 <흙의 노래>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과 죽음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순환의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잊기 쉬운 자연과의 깊은 연결고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며,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새롭게 성찰할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성찰은 시가 전하는 감동을 더욱 깊게 한다. "화려했던 영화도 탄생도 성장 소멸도 낙엽으로 죽고 죽어 뼈마디마디 진토되어 간" 이 구절은 인간 삶의 허무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는 죽음을 단순히 종말로 보지 않고, 새로운 생명으로의 전환점으로 해석하는 시인의 깊은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유하는 생명의 힘과 순환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또한, 시의 마지막 부분인 "끝끝내 흙의 노래로 하늘 올랐다"는 구절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자 최종적인 안식처인 흙을 통해 우리의 삶이 자연의 일부임을 재확인한다.

이는 시적 상상력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영원한 순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와 자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흙의 노래>는 자연의 일부로서

우리가 겪는 삶의 모든 순간들이

어떻게 자연의 큰 흐름 속에 녹아드는지를 섬세하게 그린 시이다.


이 작품을 통해

시인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의 일부로서의

우리 자신을 성찰하게 만들며,

그 속에서 우리의 위치와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백영호 시인의 시는

단순한 문학 작품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는

철학적 성찰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농무의 시인 신경림 선생이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