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아저씨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미안해요, 아저씨



다리를 다친 지

달포가 지났다.


마음이

몸을

오른쪽 발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닥터는,

다섯 달은 깁스를 해야 하고

약 일 년은 재활 치료를 해야 한단다.


목발을 짚고

강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지금,

가장 힘든 일은

땀이 차서 가려울 때

그것을 참는 것이다.


깁스 위로 긁는 일은

그야말로

격화소양隔靴搔癢이었다.

경험자가

귀띔한다.


나무젓가락을

깊숙이 넣어 긁으란다.


시도해 보았다.

알다시피 나무젓가락은

약하다.


중간쯤 넣어 긁으려다가

아뿔싸,

그만

끄트머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통깁스를 한 상태에서

나무젓가락 조각이 중간에 끼여

박혔다.

이를 어쩌나,

뺄 방법이 없다.


부러진 젓가락 조각이

깁스 속에서

제 멋대로

논다.


차라리

가려움이 낫다.


혹 떼려다

붙인 격이다.


병원에 가서 빼야겠다는 요량으로

채비를 했다.

오늘따라

픽업하던 아내가 외출했다.

병원까지 목발을 짚고 가야 했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지하철에 올랐다.


만석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하여

구석진 곳에

목발에 의지해

섰다.


모두

휴대폰 공부에 열중이다.

창 밖을 내다보던

한 아가씨도

슬며시 책을 펴든다.


또랑또랑 눈빛의

몇몇 청년

급 피곤해졌는지

숙면을 취한다.


저만치

머리 히끗한

70대 중반의 아저씨

엉거주춤

일어나

'어서 와 앉으라'라 손짓한다.


그 틈새

건장한

40대 아주머니 큰 엉덩이

재빠르게 안착된다.


아저씨와 나

서로

바라볼 뿐

말이 없다.


아하,

아저씨도

나도

두ㅡ울 다

졌다.


애먼 아저씨만

자리를 잃었다.

문이 열려,

서너 정류장이 남았음에도

내렸다.


다음 차를

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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