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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프란츠카프카의 변신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청람 김왕식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소외를 극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이 글을 읽는 동안 나는 일종의 심리적 변신을 경험하게 되었다. 책 속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하는 장면은 나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심리적 갈등과 혼란을 자극했다. 글을 읽으면서 느낀 내면의 심리 상태는 마치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꿈 속에 갇힌 듯한 기분이었다.

책을 펼치고 그레고르의 변신을 목격하는 순간, 나의 내면은 강렬한 혼돈과 공포로 가득 차게 되었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의 모습은 나에게 일종의 거울처럼 다가왔고, 그 거울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의 연약함과 무력함을 직면하게 되었다.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그 대신 나도 알 수 없는 기이한 존재로 변모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나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아닌 다른 존재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의 의식을 지배했다.

이 불안감은 곧 나의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던 여러 감정을 끌어올렸다. 먼저, 나는 사회적 규범과 기대 속에서 살아가며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자유의지와 개성은 무시된 채, 나는 사회가 정해준 궤도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는 기계와 같았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 속에서 나는 점차 나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그레고르처럼 외부의 기대와 요구에 의해 변해가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레고르의 변신은 단순히 외부의 압박에 의한 결과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또한 내면의 억압된 욕망과 두려움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기도 했다. 글을 읽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이 억누르고 있던 여러 감정들이 부풀어 올라 나를 괴롭히는 것을 느꼈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했을 때 느꼈을 혼란과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 되었다. 내가 살아가면서 외면하고 억압해 왔던 것들이 그레고르의 변신을 통해 나에게 다가와, 나는 그 모든 것들과 대면해야 했다.

또한, 나는 그레고르의 가족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에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그의 변신은 단지 외모의 변화가 아니라, 그로 인해 그가 가족들로부터 어떻게 소외되고 거부당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도 언제든지 다른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인간관계의 불확실성과 사랑이란 이름으로 얽힌 기대와 실망은 나의 내면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속해 있는 관계들이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은 나를 불안과 의심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이 모든 심리적 혼란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이 점차적으로 분해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안의 감정들이 갈가리 찢겨 나가고, 그 속에서 나의 진정한 모습은 점점 흐릿해져 갔다. 나는 그레고르처럼 점차 인간적인 모습을 잃어가며, 그 대신 무언가 알 수 없는, 괴기한 존재로 변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기분은 마치 내가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심리적 변신은 단지 부정적인 경험만은 아니었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의 내면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을 더욱 솔직하게 마주하게 만들었고, 내가 그동안 외면해 왔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직면하게 했다. 이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나에게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주었다.

결국, 나는 그레고르의 변신을 통해 나 자신도 일종의 변신을 경험했다. 그것은 나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두려움과 불안을 드러내는 과정이었으며, 동시에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남겨주었다.

카프카의 '변신'은 나에게 단순한 문학 작품이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도구로 작용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경험했으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나에게 인간의 본질과 내면을 탐구하는 길을 제시했고, 나는 그 길을 따라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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