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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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부활》
러시아의 위대한 문호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는 생애 전반에 걸쳐 인간의 도덕적 본성과 영혼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후기 작품인 《부활》은 이러한 그의 철학적 성찰이 집약된 대표적인 소설이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경험과 신념을 바탕으로 사회적 부조리, 종교적 회의, 그리고 인간 존재의 도덕적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본 글에서는 《부활》의 의미와 줄거리, 등장인물의 성격 및 심리 묘사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톨스토이의 철학적 가치관을 이해한 뒤, 이 작품이 현대 사회에 가지는 의미를 접근해 보고자 한다.
레프 톨스토이는 1828년 러시아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초기에는 귀족 사회의 일원으로서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인생의 의미와 도덕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게 된다. 그의 대표작들인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에서 나타나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은 그가 가진 복잡한 내면의 갈등과 인류애를 반영한다. 톨스토이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도덕적 회복과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했다.
특히 후기의 톨스토이는 기독교적인 금욕주의와 평화주의, 그리고 비폭력 저항에 대한 사상을 강조한다. 이는 그가 신앙을 다시 받아들이면서 삶의 궁극적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부활》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톨스토이는 인간이 죄를 저지르더라도, 참회와 성찰을 통해 도덕적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신념은 그가 바라본 세상의 불합리와 모순을 해결하고자 했던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부활》은 인간이 저지른 죄와 그에 대한 참회, 그리고 도덕적 부활을 다룬 이야기이다. 주인공 네흘류도프는 귀족 청년으로, 과거에 한 농민 소녀 카투사를 유혹하여 그녀의 인생을 망치게 한다. 세월이 지나 네흘류도프는 카투사가 살인죄로 재판을 받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는 그의 양심을 깨우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네흘류도프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 한다.
이 소설에서 ‘부활’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기독교적인 의미에서의 부활이 아니라, 도덕적 회복을 의미한다. 네흘류도프가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하는 과정에서 그는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는 톨스토이가 강조하는 도덕적 부활의 핵심이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참회함으로써 다시금 윤리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비판도 이루어진다. 톨스토이는 러시아 제국의 법률 제도와 귀족 사회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이러한 제도가 인간의 도덕적 타락을 조장한다고 보았다.
《부활》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도덕적 갈등을 겪으며, 이를 통해 톨스토이의 가치관을 대변한다. 먼저 주인공 네흘류도프는 자신이 저지른 죄와 그것이 미친 영향을 깨닫고 나서 도덕적 회복을 이루려는 인물이다. 그의 성격은 처음에는 나약하고 자기중심적이었으나, 점차 죄책감과 참회를 통해 책임감 있고 이타적인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죄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카투사를 구하기 위해 사회적 지위와 특권을 포기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이러한 네흘류도프의 변화는 인간이 도덕적 성찰과 결단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톨스토이의 신념을 잘 보여준다.
카투사 역시 중요한 인물로, 그녀는 순수하고 착한 농민 소녀였지만 네흘류도프의 유혹으로 인해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의 타락은 당시 러시아 사회의 계급적 모순과 여성의 억압적인 현실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톨스토이는 그녀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묘사하며, 카투사가 겪는 고통과 절망을 통해 사회적 부조리의 피해자가 된 그녀의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카투사 역시 결국에는 용서와 구원의 길을 걷게 되며, 이는 톨스토이가 강조하는 인간의 도덕적 부활과 일맥상통한다.
이 외에도 소설에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법관, 죄수, 성직자 등 각 인물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위치에서 각기 다른 도덕적 갈등을 겪는다. 이러한 인물들의 상호작용은 톨스토이가 당대 러시아 사회의 도덕적 문제를 다층적으로 탐구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귀족과 농민, 남성과 여성, 법과 종교의 틀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도덕적 위기를 겪고,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부활》은 톨스토이가 살았던 시대의 문제를 반영하면서도,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우선, 톨스토이가 제기한 도덕적 부활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중요한 주제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인간은 종종 개인적인 잘못이나 사회적 구조적 부조리 속에서 도덕적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톨스토이가 제안하는 도덕적 성찰과 참회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톨스토이의 주장은 현대 사회에서도 필수적인 가치로 여겨진다.
또한, 톨스토이가 비판한 러시아의 사회적 모순과 법제도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러 국가에서 법과 정의의 문제로 논의되고 있다. 불평등한 법 집행, 권력의 남용,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활》은 현대 사회에서 정의와 도덕의 회복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톨스토이는 법과 도덕이 서로 충돌할 때, 인간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질문이다.
톨스토이의 《부활》은 그의 도덕적 철학과 사회적 비판이 집약된 작품으로, 인간이 자신의 죄를 인식하고 도덕적으로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도덕적 성장 과정을 통해 톨스토이의 깊은 인류애와 사회적 책임 의식을 드러낸다. 또한, 《부활》은 당대 러시아 사회의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도덕적, 사회적 위기 속에서 톨스토이의 메시지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인간의 참회와 부활이 가능한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