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누구와 대화를 나눌까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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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예술이다
청람
대화는 예술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창작 활동이다. 말 한 마디, 눈빛 하나, 때로는 침묵까지도 문장으로 엮이며, 그 순간을 형성한다.
이 예술의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순간은 바로 위대한 문호와의 대화일 것이다. 그들과의 대화는 마치 고요한 방에서 오래된 책을 펼쳐보는 듯한 설렘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대화 속에서 우리는 한 시대의 사상과 문학을 넘나드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나는 오늘 누구와 대화를 나누며 이런 豪奢를 누릴 수 있을까. 누구와 함께라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중한 보석처럼 빛날까.
괴테와의 대화를 상상해 본다. 괴테는 독일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大文豪다. 그의 대표작인 『파우스트』는 인류의 영혼을 탐구하며, 인간의 갈등과 욕망, 그리고 구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괴테와의 대화는 그의 작품처럼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의 내면에 자리한 철학과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것이다.
괴테와의 대화를 想定해 본다.
"선생님, 인간의 영혼은 무엇입니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답할 것이다.
"영혼은 한없이 복잡하고 모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것. 그리하여 영혼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성장하며, 때로는 고통을 겪기도 하죠."
그의 말속에서 나는 그의 작품들이 왜 그렇게 복잡하고, 왜 그렇게도 심오한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괴테는 인간의 영혼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았다. 그는 그 복잡성과 모순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작품 속에서 그대로 표현했다.
괴테와의 대화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인간 존재의 의미, 예술의 본질,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재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통찰력 있는 말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괴테뿐만 아니라 우리는 다양한 문학적 인물들과의 가상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를테면 톨스토이와의 대화에서는 인간의 도덕성과 정의, 인간관계의 복잡함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카프카와의 대화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과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탐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헤르만 헤세와의 대화는 우리 내면의 자기 탐구와 자기 성장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대화들은 모두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왜냐하면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되는 예술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대화는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며,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킨다.
오늘, 나는 누구와 대화를 나눌까
이제 나는 다시금 생각한다. 오늘 나는 누구와 대화를 나누며 이 豪奢를 누릴까. 누군가와의 대화는 그 사람의 세계를 엿보는 창문과도 같다. 우리는 그 창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고, 그 세계의 풍경을 우리 마음에 담는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보고 싶다.
길을 가다 만난 낯선 이와의 대화일 수도 있고, 오랜 친구와의 대화일 수도 있다. 또는 내 마음속 깊이 자리한, 아직 만나지 못한 또 다른 나와의 대화일 수도 있다. 그 어떤 대화이든, 그 속에서 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대화의 순간, 그 짧고도 깊은 교류의 시간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대화는 단순한 언어의 교환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의 영혼을 풍부하게 하는 예술이다. 그러니 오늘, 나는 누구와 대화를 나누며 이 멋진 예술을 누릴까.
괴테와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된 이 사색은 결국 우리 모두가 언제나 누릴 수 있는 대화의 아름다움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문호들과의 가상 대화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그만큼 깊고 의미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화는 결국, 우리 삶의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