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ㅡ 시조시인 장병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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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


시조시인 장병진





철쭉꽃 피는 고향
한없는 그리움이


겨울에 검정 신발
머리에 물건이고


돈 사러
증평 시장에
인생시장 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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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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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진 시인은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을 시 속에서 자주 드러내는 시인으로, 그의 시적 세계관은 삶의 작은 일상 속에서 인간의 본질과 감정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고향과 시장이라는 공간은 그에게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인생의 순환과 현실의 삶이 교차하는 장(場)으로, 그곳에서 그는 잃어버린 시간과 사람들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낸다. 그의 시에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묵직한 현실을 수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움을 통해 따뜻한 인간미를 추구하는 모습이 보인다.

"철쭉꽃 피는 고향"

첫 행에서 시인은 철쭉꽃이 피는 고향을 언급한다. 철쭉꽃은 봄의 상징으로, 새로운 시작과 생명의 생동감을 의미하는 동시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순수한 감정으로 이어진다. 이는 시인의 기억 속 고향이 단순한 공간이 아닌, 삶의 근원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철쭉꽃이 피어나는 계절적 변화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그리움의 정서를 부드럽게 풀어낸다.

"한없는 그리움이"

두 번째 행은 고향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한없는'이라는 수식어는 시인의 감정이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서는 깊은 상실감을 나타낸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현실의 삶에서 겪는 고통과 갈등을 잠시 잊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과 연결되며, 이 그리움은 삶의 여정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주제로 작용한다.

"겨울에 검정 신발"

이 구절에서는 계절적인 대비가 강조된다. '겨울'은 삶의 한계와 죽음을 암시하는 계절이며, '검정 신발'은 죽음과 상실의 상징으로 읽힌다. 철쭉꽃이 피는 봄과 겨울의 대비는 삶과 죽음의 순환을 나타내며, 이는 시인의 인생철학을 반영한다. 또한, 이 이미지는 고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무거운 발걸음과 현실의 냉혹함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머리에 물건이고"

여기서는 일상 속 노동의 모습을 묘사한다. '머리에 물건을 이고' 있다는 표현은 단순한 육체적 노동을 넘어, 삶을 짊어진 인간의 무게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시인이 바라보는 현실 속에서 인간이 짊어져야 하는 짐과, 그 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표현은 노동의 고단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돈 사러"

‘돈 사러’는 경제적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구절이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경제적 활동이 시장에서 이루어지며, 시인은 돈이라는 실용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삶의 현실성을 부각한다. 이는 단순한 상업 행위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으로 나타난다.

"증평 시장에"

이 구절은 구체적인 지명을 통해 시의 현실성을 더해준다. ‘증평’은 시인의 고향 혹은 그가 익숙한 공간으로, 이 시장은 단순한 상업의 장을 넘어, 인생의 다양한 면면이 녹아 있는 공간으로 상징된다. 이는 시인이 시장에서 바라본 삶의 단면들을 반영하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삶의 이야기들이 그의 시적 영감이 되었다.

"인생시장 오일장"

마지막 구절에서 '오일장'은 단순한 시장의 개념을 넘어 '인생시장'으로 확장된다. 오일장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이지만, 시인은 이를 인생의 은유로 사용하여, 모든 삶의 거래와 교환이 이 시장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는 인생의 다양한 감정, 욕구, 고뇌가 오일장이라는 공간에서 순환되고 있으며, 그곳에서 삶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시는 고향과 현실의 삶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면서, 인간의 존재와 그리움, 현실의 고단함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장병진 시인은 단순한 일상의 소재들을 통해 깊이 있는 인생철학을 담아내며, 시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리움과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오일장'은 그에게 단순한 상업적 공간이 아닌, 삶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이며, 그곳에서 시인은 인생의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