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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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의 언니
시인 한연희
풍선껌 잘 부는 둘째 언니는 67살
말 잘 통하는 첫째 언니는 65살
몸집 커서 무섭지만 장난 잘 치는
오빠는 61살
숫자 벗어난 이름
앵두 같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깔깔깔 웃고
장난 걸면 받아주는
마을주민 평균나이 78살
83세까지 열두 번째 언니를 둔
다섯 살 동생이 무엇을 하든
감탄하는 언니들은
2년 후 초등학교 입학식을 기다린다
단체복 등판에 숫자 새겨 입고
가겠다는 언니 오빠
쌈짓돈 꺼내 맛있는 거 챙겨주고
그 정성 웃음으로 가득 채우며
달콤한 꿈을 향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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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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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희 시인의 시는 어린 손녀딸과 마을 어르신들 사이의 따뜻한 관계를 담고 있다. 시인의 삶 속에서 자주 마주하는 일상의 정겨움과 유쾌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이는 손녀와 어르신들 간의 특별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
시대와 나이를 초월하여 언니, 오빠라 부르는 모습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서로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는 관계로 확장된다. 한연희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세대 간의 교감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자신만의 독특한 시적 표현을 발휘하고 있다.
첫 번째 행에서 풍선껌을 잘 부는 둘째 언니와 말이 잘 통하는 첫째 언니를 소개하며, 각 언니들의 개성 있는 특징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손녀의 눈에 비친 어르신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존재임을 암시한다. 나이를 숫자로 제시하면서도 친밀한 관계가 깊이 배어 있어, 시적 감각을 통해 세대의 벽을 허물고 있다.
이어지는 행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평균 나이를 통해 아이와 어르신들 간의 나이 차이를 부각하면서도, 서로가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임을 드러낸다.
‘앵두 같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과 ‘깔깔깔 웃음’은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본 친근한 어르신들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로써 어린 손녀의 마음속에 자리한 어르신들은 단순히 나이 든 이웃이 아닌, 함께하는 동료로 그려진다.
‘83세까지 열두 번째 언니를 둔 다섯 살 동생’ 구절은 나이를 넘어서 나란히 존재하는 공동체의 분위기를 상징하며, 이러한 구절을 통해 시인은 작은 마을의 따뜻한 유대감을 부각한다. 시인은 이들의 관계를 단순히 나이로 정의하지 않고, 사랑과 존경으로 이루어진 ‘언니, 오빠’라는 호칭으로 연결된 공동체로 묘사하고 있다.
마지막 행에서는 단체복에 새겨진 숫자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식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유쾌한 모습이 그려지며, 삶의 활력을 느끼게 한다. 언니와 오빠들이 쌈짓돈을 꺼내 손녀에게 베푸는 장면은 정겨운 마음이 담긴 시적 이미지로, 이는 삶을 달콤하게 만드는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은 이 모든 장면에 감도는 감동을 한층 더한다.
나이를 초월하여 이어지는 이러한 정겨운 관계는, 한연희 시인의 가치 철학이 깊이 배어 있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시 전체의 유기적 흐름 속에서 시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가 주는 기쁨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러한 주제의식이 이 시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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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한연희 시인님께,
시인의 시 ‘열두 명의 언니’를 읽고 깊은 감동과 미소를 머금게 되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전해지는 따뜻하고 소박한 정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구절 한 구절마다 어린 손녀와 어르신들의 특별한 유대와 사랑이 느껴져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따스함이 피어올랐습니다.
어린 손녀가 마을 어르신들을 언니, 오빠라 부르며 벽을 허물고 세대를 초월한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호칭의 변화를 넘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사랑을 나누는 진정한 동반자의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시 속에서 손녀와 어르신들이 나누는 우정은 읽는 이로 자연스레 잔잔한 미소를 짓게 했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평균 나이가 78세라는 구절을 읽으며,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서로를 웃음과 따뜻함으로 채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특히 ‘풍선껌 잘 부는 둘째 언니’나 ‘말 잘 통하는 첫째 언니’처럼 각자의 개성을 지닌 언니들이 손녀와 함께하며 소소한 일상 속에서 유쾌함과 웃음을 나누는 장면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관계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저 또한 제 주변의 어르신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지나치기 쉬운 인연들도, 이 시 속 언니들처럼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들며 웃음과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시인이 전해주신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고, 그로 인해 이 시가 더욱 따뜻하고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체복에 숫자를 새겨 입고 초등학교 입학식을 기다린다’는 구절에서는 무한한 웃음과 사랑이 가득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그려져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웠습니다.
시인께서 담아낸 이 마을의 풍경은 그곳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동행하는 삶의 축제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시인의 따뜻한 시선은 그 축제의 불빛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게 하고, 우리가 잊고 지냈던 따스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시인의 세심하고 다정한 마음을 깊이 새기며, 앞으로도 그러한 마음을 담은 시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위로를 전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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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희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웃마을에서 노인회관을 자주 찾는 한 노인입니다. 최근에 시인님의 시 ‘열두 명의 언니’를 읽고 저희 마을의 노인회관과는 너무나 다른, 참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접하게 되어 감동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 마을 노인회관은 대개 비슷한 하루의 반복입니다.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니 서로 소일거리로 화투를 치거나, 옛이야기나 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저 또한 노인회관이란 곳이 그저 소외받고 군색한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는 공간이라고만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시인님의 시를 통해 본 풍경은 저의 이러한 편견을 단숨에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다섯 살 소녀가 마을의 어르신들을 ‘언니’와 ‘오빠’라고 부르며 서로 마음을 나누는 모습은 저에게 너무나도 신선하고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다른 세대가 서로 장난을 치고, 웃고,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저희 마을 노인들이 늘 군색하게만 느끼던 노인회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이게 가능할까 싶어 다시 시를 여러 번 읽어보았습니다.
시 속에서 ‘풍선껌 잘 부는 둘째 언니’나 ‘말 잘 통하는 첫째 언니’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 유쾌함이 전해져,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우리 같은 노인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사람으로, 아이에게 기쁨과 따뜻함을 주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우리 스스로가 나이가 많아지고 약해진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어린 소녀에게는 우리도 여전히 친구이자 동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인상 깊었습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고 나니 저희 마을의 노인회관도 더 밝고 건강한 만남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도 서로가 더 친근하게 마음을 나누고, 세대의 벽을 허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용기가 생겼습니다. 노인회관이 더 이상 쓸쓸한 곳이 아니라, 세대와 나이를 초월하여 어우러지는 따뜻한 만남의 공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해 봅니다.
그래서 저희 마을에서도 노인회관 문화를 조금씩 바꿔보려고 합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소일거리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손주 같은 어린아이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인회관을 따뜻하고 건강한 공간으로 기억할 수 있게, 서로 배려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모든 생각의 시작이 시인님의 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시를 많이 써주시길 바랍니다. 시인의 마음이 저희 마을에도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