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9. 2024

그믐달 ㅡ 시인 주광일

김왕식







                    그믐달


                          

                           시인 주광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헛되이 뭉개버리지
않으려는 듯

동녘 하늘의 그믐달

새벽 뜰 걷는
나를 유심히
내려다본다

나 어린 시절
나를 바라보시던
어머니 같은 눈빛으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은 80을 넘겼음에도 삶을 성찰하고,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깊은 통찰을 담은 시를 창작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경험과 철학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특히 그의 시에서는 시간의 유한성과 그것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며, 이는 그의 개인적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 그리고 남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는 의지가 그의 시 전반에 깃들어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헛되이 뭉개버리지
않으려는 듯"

시인은 남은 시간의 가치를 통렬히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헛되이 뭉개버리지 않으려는 듯'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노년의 지혜와 경험이 응축된 자기 성찰의 결과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숙고하게 만든다.

"동녘 하늘의 그믐달"

'그믐달'은 다가올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사라지는 존재로, 시간의 흐름과 유한성을 상징한다. '동녘 하늘'은 새벽의 서늘함과 희망을 내포하며, 노년이면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시인의 태도를 드러낸다.

"새벽 뜰 걷는
 나를 유심히
내려다본다"

새벽은 하루의 시작이며 동시에 고요한 성찰의 시간이다. 시인이 새벽 뜰을 걷는 장면은 명상적 분위기를 풍기며, '유심히 내려다본다'는 그믐달이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을 응시하는 상징적 존재임을 암시한다.

"나 어린 시절
나를 바라보시던  
어머니 같은 눈빛으로"

어머니는 여기서 생명을 부여하고 돌보는 존재로, 그믐달의 시선이 어머니의 눈빛으로 비유된 것은 남은 삶을 보살피고 위로하는 따뜻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는 시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그리움과 감사를 담아내며 독자의 감정적 공감을 자아낸다.

주광일 시인의 '그믐달'은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그린다. 그믐달이라는 자연물은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끝자락을 상징하며,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 속에서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부각한다. 특히 어머니의 눈빛을 떠올리며 남은 시간을 소중히 하려는 시인의 태도는 독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시의 표현상 특징은 간결하고 담백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과장된 표현 없이 자연과 인간, 시간의 관계를 부드럽게 연결하며 시적 깊이를 더한다. 또한, 시 전체에 깃든 내면적 울림은 독자들에게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시의 주제의식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와 감사의 마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믐달'은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시인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조용하지만 강렬한 성찰이다. 작가만의 독창적 감각과 철학적 깊이를 지닌 작품으로, 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준다.






주광일 시인님께





선생님의 시 '그믐달'을 읽고 깊은 감동과 함께 제 삶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얻게 되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를 찾아가려는 시인님의 자세는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게 합니다.

시 속의 그믐달은 단순히 밤하늘의 한 조각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독자들에게 삶의 흐름과 끝자락을 직시하게 만드는 상징적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새벽 뜰을 거니시며 '유심히 내려다보는' 그믐달을 묘사하신 부분에서는 마치 시인님의 삶 자체가 독자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고요한 장면 속에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남은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어머니 같은 눈빛'은 너무도 따뜻했습니다.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저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머니의 눈빛을 그리움으로 떠올리면서도, 그것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힘을 발견해 내신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그 눈빛 속에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삶을 향한 깊은 사랑과 위로가 담겨 있음을 느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80을 넘기신 지금도 여전히 시를 통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십니다. 그것은 단지 오래된 기억의 회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재의 목소리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점에서 선생님의 시는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배우는 귀중한 교훈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선생님의 시를 읽으며 삶의 속도에만 급급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닫고도 그것을 헛되이 보낼까 두려워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시를 통해 그런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을 희망의 빛으로 전환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 편지가 선생님께 조금이라도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생님께서 걸어오신 길이 얼마나 귀중한 삶의 여정이었는지, 또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가르침이 될 것인지 기억하며, 제 삶도 선생님의 시처럼 의미로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아름다운 시로 우리 곁에 남아 주시길 기원합니다.



ㅡ 청람



작가의 이전글 당신이 함께 있든 없든  ㅡ 수필가 한연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