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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0. 2024

우울, 혹은 ㅡ 시인 김인덕

김왕식







                      우울, 혹은



                               시인 김인덕




점액질 끈적이는
너와 나의 직선과 직선
인생에 밑변 이등변삼각형
영원히 가까울 수 없는
세 꼭짓점이
얼룩진 수채화처럼
조각조각 숨어서 운다

처음부터,
아주 처음부터
어둠과 물
의식의 공간
무의식의 자궁 속
시작이 없는
무정란의 세계
점 하나 찍히지 않는
생명이고 싶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인덕 시인은 삶의 내밀한 고통과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며 시를 통해 내적 성찰과 초월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의 작품은 생명의 근원적 질문과 존재의 한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깊은 사유를 담고 있으며, 언어의 밀도와 이미지의 유기적 배치를 통해 독자에게 직관적 깨달음을 준다.
이 시 역시 생명의 본질과 인간의 고독을 탐구하며, 추상적이지만 강렬한 감정과 철학적 사유를 전달한다.

"점액질 끈적이는 너와 나의 직선과 직선"
점액질의 끈적임은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부담감을 암시한다. 직선과 직선은 평행하면서도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을 표현하며, 인간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를 상징한다.

"인생에 밑변 이등변삼각형"
인생을 이등변삼각형으로 비유한 표현은 완벽하지 않은 균형을 암시한다. 밑변은 안정성을 나타내지만, 꼭짓점 간의 불균형한 거리감은 인간관계의 불완전성을 드러낸다.

 "영원히 가까울 수 없는 세 꼭짓점이"
세 꼭짓점은 인간, 시간, 공간의 한계를 은유하며, 서로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의 근본적 고립을 나타낸다. 이로써 인간의 한계와 불완전함을 시사한다.

 "얼룩진 수채화처럼 조각조각 숨어서 운다"
얼룩진 수채화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의 파편화를 표현한다. 조각난 감정들이 숨어서 우는 모습은 인간 내면의 깊은 고독과 슬픔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처음부터, 아주 처음부터"
반복되는 표현은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나타낸다. 이는 인간이 삶의 근본적 의미를 탐구하는 본성을 암시한다.

 "어둠과 물 / 의식의 공간"
어둠과 물은 생명의 기원과 무의식을 상징한다. 이는 인간 존재의 시작과 끝이 모두 흐릿하고 정의 내릴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무의식의 자궁 속"
무의식의 자궁은 생명의 시작점을 암시하며, 동시에 안전하고 보호받는 공간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시작이 없는 무정란의 세계"
무정란은 생명과 무생명의 경계를 상징하며,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정체 상태를 은유한다. 이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회의와 삶의 무상함을 나타낸다.

"점 하나 찍히지 않는 생명이고 싶어"
점 하나 없는 생명은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을 추구하는 시인의 이상을 드러낸다. 이는 현실에서의 고통을 벗어나고자 하는 초월적 갈망으로 읽힌다.

이 시는 고독과 인간 존재의 근본적 불완전함을 섬세한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얼룩진 수채화와 이등변삼각형 같은 비유는 시인의 내면적 갈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어둠과 물, 자궁과 무정란 같은 이미지들은 생명과 존재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시 전체의 흐름은 생명의 기원에서 고독한 인간 존재로, 다시 생명의 본질적 순수함으로 이어지며 유기적이다.

김인덕 시인의 '우울, 혹은'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한계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작품이다.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생명의 근원적 물음을 던지며, 시의 흐름은 치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다만, 일부 표현에서 독자와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언어적 배려가 아쉽다.
그럼에도, 이 시는 감성과 사유가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인간 내면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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