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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굽, 삶의 궤적

김왕식







구두 굽, 삶의 궤적




김왕식





오래전 일이다.

구두 뒷굽이 심하게 닳았다. 쫓기듯 살아온 시간이 발자국에 고스란히 새겨진 탓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뒷굽이 늘 한쪽으로만 닳는다는 것이다. 걷는 습관이든 삶의 균형이든, 나의 삐딱한 태도가 구두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뒤뚱거리며 걷는 내 모습은 세상이 바라보는 내 삶의 축소판일지도 모른다.

구두 수선공은 내 구두를 보며 "참 특이하게 닳았네요"라고 했다. 그 말은 내 걸음걸이의 결함을 지적하는 듯했다. 수선공은 닳은 자리마다 무쇠 조각을 박아주며 "튼튼해졌으니 오래 신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걸을 때마다 들리는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마치 내 결함을 세상에 광고하는 듯했다.

이 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했다. 소설가 계용묵의 수필 '구두' 속 딸그락 소리와 닮아 있었다. 그 이야기에서도 무쇠 조각이 박힌 구두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구두 소리를 따라오는 발자국에 놀란 여성이 치한으로 오해했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그 구두는 단순한 신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남기는 소리와 흔적, 그리고 타인에게 전해지는 인상을 담고 있었다.

구두에서 나는 딸그락 소리는 내 삶을 증폭시키는 듯했다. 뒤뚱거리며 삐걱대는 내 걸음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 모든 흔적이 결국 나를 설명해 주는 증거가 된다.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든, 누군가에게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든 간에, 그 흔적은 나만의 것이다.

문제는 걸음걸이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쌓여 인생의 궤적을 만든다. 내 걸음걸이는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다. 균형 잡힌 인생이 아니라 끊임없이 기울어진 상태다. “고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습관처럼 몸에 밴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딸그락 소리는 한 가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삐딱한 걸음걸이도 내 이야기를 완성하는 한 조각이라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내 소리에 불편함을 느끼겠지만, 또 누군가는 그 소리에 담긴 이야기를 이해할 것이다. 구두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내 삶의 궤적을 기록하고, 결함마저 이야기로 만드는 존재다.

이제 나는 소리를 숨기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나의 고유한 리듬이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궤적이다. 수선공의 말처럼 "오래 신으라"는 그 메시지처럼, 내 결함과 궤적도 튼튼하게 오래 남길 것이다.

삐딱한 걸음으로 남기는 딸그락 소리는 나의 배경음악이자 세상에 남기는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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