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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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이 글감이 되는 순간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린 지 어느덧 일 년이 넘었다. 처음엔 조심스레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새 이곳은 나만의 또 다른 가상세계가 되었다. 가상의 공간이지만, 현실보다 더 진솔한 이야기들이 쌓이는 곳. 이곳에서 나는 자유롭다.
글을 쓸 때마다 문득 깨닫는다. 글감이란 결코 한정된 것이 아님을. 마룻바닥을 헤매는 먼지 한 톨에서부터, 길섶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 밤하늘을 수놓은 별과 달까지. 눈길 닿는 모든 것이 글감이다. 어쩌면 삼라만상이 원래부터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그 이야기를 발견해 내는 존재일 뿐.
더 흥미로운 것은, 글이란 결코 혼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글은 글을 낳고, 대화는 새로운 이야기의 씨앗이 된다. 작가들이 주고받는 댓글과 답글마저도 훌륭한 글감이 된다. 어떤 날은 한 줄의 댓글이 긴 에세이를 탄생시키고, 때로는 답글 속 한 문장이 새로운 시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며, 사소한 것들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먼지 한 톨에서도 우주를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도 생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그래서 글을 쓰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앞으로도 이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닿아 있는 또 하나의 세계에서, 글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겠지. 글감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을. 삼라만상이 존재하는 한, 이야기도 영원히 흐를 것임을.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