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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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그 보이지 않는 힘
산봉우리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도 결국 대지를 딛고 있다. 반면 골짜기는 비록 낮고 깊을지라도 그 안에 물을 품어 생명을 길러낸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아 높아지려 하면 도리어 허공에 떠버리고, 낮아지려 하면 세상을 품는다. 겸손이야말로 가장 깊고 단단한 뿌리를 가진 힘이다.
욕망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높이 오르기를 원한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높은 자리에 서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신이 선 자리는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불안하고 위태롭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한없이 작아 보이지만, 정작 자신이 딛고 있는 발밑조차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스스로를 높이려는 마음은 결국 공허함을 낳는다.
반면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낮춘다. 자기 존재를 스스로 크게 보려 하지 않고,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런 이들의 발걸음은 묵직하다. 비록 남들보다 앞서려 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깊고 넓게 세상을 품는다. 강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에 이르고, 그 바다는 온 세상의 강을 받아들인다. 겸손한 마음 역시 그렇게 사람을 넓고 깊은 존재로 만든다.
이 세상에는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누르고, 빠른 자가 느린 자를 앞선다. 그러나 가장 오래 살아남는 것은 강한 힘이 아니라, 겸손한 마음이다. 나무는 바람을 피하려 몸을 낮추고, 물은 자신을 낮추어 흐르기에 마르지 않는다. 겸손은 억눌리거나 패배하는 것이 아니다. 외려 세상의 흐름을 읽고, 가장 올바른 길을 택하는 지혜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스스로를 높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겸손이란 단순히 몸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비워 타인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작은 자리를 온전히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세상은 오히려 그를 높인다.
겸손이란 한없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단단한 힘을 가진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높은 산은 바람에 깎이지만, 낮은 들판은 온갖 생명을 품는다. 자신을 낮추는 자는 오히려 세상의 중심이 된다. 겸손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