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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2ㅡ2

김왕식



조운 자룡


삼국지 2ㅡ2





삼국지 2ㅡ2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여행
제2ㅡ2회 손견과 손책, 강동의 불꽃





제2ㅡ2회. 손견과 손책, 강동의 불꽃
― 불씨는 작지만, 꺼지지 않는 힘

조조가 북방을 설계하고 있을 무렵, 남쪽에서는 또 다른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바로 손견(孫堅)이 이끄는 강동의 군세다. 손견은 남방 오군 출신의 무장으로, 청년 시절 해적을 소탕하며 이름을 날렸고, 황건적의 난 때 활약하며 군벌로 부상했다.

반동탁 연합군에 참여했을 때도 가장 적극적으로 싸운 인물 중 하나였다. 특히 낙양 전투에서 실질적인 전공을 세운 것도 손견의 군이었다. 그는 용맹하고 결단력 있었으며, 권세를 좇기보다 명분을 따랐다. 그러나 다른 군벌들에게 견제받았고, 결국 스스로 병사를 거두어 본진으로 물러난다.

이때 손견이 우연히 발견한 것이 바로 전한 왕조의 옥새(玉璽)였다. 그는 이 옥새를 숨겨두고, 자신의 운명을 차근히 준비한다. 한편 그의 장남 손책은 아버지를 잇는 젊은 혈기와 뛰어난 통솔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손견이 급사한 후, 손책은 불과 20대 초반의 나이에 강동의 세력을 하나둘씩 정복해 나간다.

손견은 혼란한 시대에 무장으로서 의로웠고, 손책은 젊은 패기와 카리스마로 세력을 키워나갔다. 둘 다 세상을 품으려 하기보다, 품격 있는 자립을 먼저 고민한 인물들이었다.

이 회는 천하를 논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땅을 지키는 리더십이 어떤 무게를 지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북방의 조조, 서방의 유비, 그리고 남방의 손 씨 가문—삼국의 뿌리는 그렇게 점차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제2ㅡ2회 삼국지 평

손견과 손책, 강동의 불꽃




■ 등장인물 특징

손견(孫堅)
무장 출신이지만 정치 감각 또한 탁월했던 인물. 의리에 충실하고, 군을 잘 다스리며 백성에게도 신망이 깊었다. 권력을 탐하기보다 명분에 반응했고, 강동의 근간을 만든 개척자였다. 그는 의를 품은 무장, 곧은 칼이었다.

손책(孫策)
젊고 패기 넘치는 강동의 영웅. 아버지의 뜻을 이어 동오의 기초를 닦으며, 과감한 결단력과 뛰어난 외교 감각을 함께 보여준다. 장유유서보다 능력 중심의 인사로 인재를 모으고, 불안정한 남방을 하나의 힘으로 응축해 냈다.

화흠(華歆)
손책의 군사로 등장하며, 문무 겸비한 조언자로 손책의 거침없는 기세에 균형을 부여한다. 자신의 이익보다 주군의 뜻을 중심에 두는 충신이자, 강동 정착의 안정성을 확보해 준 조력자다. 배경처럼 조용하되 결정적 순간에는 분명히 빛난다.

■ 현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교훈

이 회는 조직과 사회가 크지 않아도, 중심이 선 리더가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손견은 의와 명분을 우선했고, 손책은 실력과 인재를 중시했다. 그들은 천하를 노리기보다 ‘자신의 자리’를 먼저 다졌다. 오늘날도 위대한 조직은 크기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함께할 사람을 모으는 데 성공한 리더 한 명이면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손책처럼 젊은 리더가 경륜보다 열정과 비전을 중심으로 움직일 때, 시대는 그를 따라 움직인다. 이 회는 지금의 리더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권력을 갖기 전에, 스스로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가? 당신이 일으킨 불은, 얼마나 오래 타오를 수 있는가?



■ 삼국지 내용에서 아쉬운 점

손견과 손책은 모두 뛰어난 인물이지만, 삼국지에서 이들의 묘사는 조조나 유비에 비해 매우 간략하고 빠르게 흘러간다. 손견의 전사 또한 갑작스러운 화살 한 발로 처리되며, 그의 내면적 갈등이나 비전은 드러나지 않는다. 손책은 강동 평정이라는 큰 업적을 남겼지만, 그 과정이 단순한 무력 투쟁으로만 묘사되어 정치적 설계나 이상은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다. 특히 인재 등용과 백성 통치의 정무적 면모가 생략되어, 강동이 어떻게 단시간에 안정되었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손 씨 가문은 삼국 중 한 축임에도, ‘조조와 유비’라는 강한 인물들에 가려 서사적 비중이 부족하다. 보다 풍성한 인간 묘사와 지방 세력의 시선으로 그려졌다면, 강동은 또 다른 서사의 중심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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