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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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지층
길섶에
둥근돌 하나
한때는
하늘을 밀던 산의 뼈
번개의 문장에 맞아
비의 서체에 씻기고
강의 시간에 실려
모서리를 내려놓았다
이제
손안에 들어오는 크기지만
그 속에서는
대륙이 아직 이동하고
마그마의 심장이 식지 않으며
별의 냉기가 맴돈다
작아진 것이 아니라
시간이 응축된 것
침묵은 축소가 아니라
우주의 다른 발음
돌 하나
길 위에 누워
태초의 높이를
둥글게 숨긴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