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 시인
□ 윤효 시인
■
괘씸한 놈
김왕식
*어느 시인의 시 속에
‘괘씸한 놈’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
외길 위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우산 끝을 세우고
먼저
앞을 향해 지나갔다
젖은 길 위에
양보는 없었고
발걸음은
서로를 밀어내듯 흘렀다
그렇게
서너 사람
빗속을 가르고
사라졌다
그때
길 끝에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사내 녀석 하나
우산을 접은 채
길 가장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몸의 방향
비는
그의 어깨를 먼저 적시고
나는
그 곁을 지난다
참으로
괘씸한 놈이다
이 비 오는 세상에서
먼저
사람이 되는 법을
읽어버렸으니
* 어느 시인 ㅡ 윤효 시인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