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대보름



청람 김왕식





은쟁반을 엎어 놓은 듯
하늘이 숨을 고른 밤

마당의 돌멩이까지
흰 물결에 잠기고
지붕 위 기와는
빛을 씹으며 잠든다

이렇게 둥근 밤이면
가슴속 오래 묵힌 이름도
저절로 둥글어진다

그대 생각
달빛보다 먼저 떠올라
어둠의 가장자리를 밀어낸다

손끝에 닿지 않아도
심장 깊은 우물에
은빛으로 고이는 사람

달은 하늘에 걸려 있고
그대는 마음에 걸려 있다

밝음이 깊어질수록
그리움은 더 환해지고

대보름 밤
두 개의 달이 뜬다

하나는 하늘에
하나는
지워지지 않는 이름 위에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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