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훌륭하다?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개는 훌륭하다?





청람




얼마 전 《개는 훌륭하다》를 보았다.
한 가정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개가 짖고,
사람이 물러서고,
주인은 눈치를 본다.
처음에는
“저 집이 좀 특별한가 보다” 하고 넘기려 했다.

그런데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웃음이 났다.

아, 이게 꼭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개는 서열을 중요하게 여긴다.
누가 위인지, 누가 아래인지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판단한다.

서 있는 존재와
누워 있는 존재.
그 기준 하나로
질서를 만든다.

그 프로그램 속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그 집 아버지는
거실 바닥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말로는 가족을 이끌고,
집안의 중심처럼 보였지만,
몸은 바닥에 닿아 있었다.

그 모습을
개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서 있는 개의 눈에는
누워 있는 아버지가
어떻게 보였을까.
아마 단순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 저분은
내 아래구나.”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서열이
조용히 정해졌을지도 모른다.

개는 이후로
아버지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눈을 피하지 않았고,
때로는 먼저 움직였다.

아버지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상황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개의 세계는
말이 아니라 자세로 결정된다.
그 장면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가정 안의 질서라는 것이
말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존중은 설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라는 점을.


그 프로그램은
개를 훈련시키는 이야기였지만,
사람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개는 훌륭하다.
그래서 더 정확하다.
우리가 애써 감추고 있는 것을
그들은 몸으로 읽어낸다.


문제는 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고 있는가에 있다.

그날 방송을 보고
몇 줄 적는다.
서열은 말이 아니라
자세에서 시작된다고.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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