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는 막걸리 한 잔이 최고지!
비 온 날은 공치는 날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2. 2023
'정말
심하다
너무도
심하다
이제까지
살면서
이런 비는 처음이다.'
식당 아줌니
김치째개 꿇이며 슬쩍슬쩍 창 밖을 내다보며
손님이 못 올까
염려 섞인 푸념이다.
ㅡ
매일 아침
맨발 동호인들과
호수공원에서
산책한다.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나올 때만 해도 약간 흐렸을 뿐인데
조금씩 비가 뿌린다.
비를 피해 정자에서 한두 시간 담소를 나눈 후,
이른 점심을 하기 위해
일행 모두 김치찌갯집으로 갔다.
제법 굵다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순간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퍼부었다.
누가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고 했던가!
우스갯소리지만
어려서 어른들이
이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속으로 웅얼였다.
"비 맞고 어떻게 공을 차지?"
아무리 지켜봐도
어른들은
공은 차지 않고
막걸리 잔들만 기울였다.
ㅡ
우리 동호인도
그때 그 어른들처럼
그렇게 김치찌개를 놓고
막걸리 한두 잔을 기울였다.
대화는 늘 행복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한 분이
며칠 전
가정에서 있었던
불협화음을 토로한다.
상당한 분노의 표출이다.
며칠 지난
지금까지도 냉전 중이란다.
ㅡ
분노는 가장 강력한 감정 중 하나다.
어떤 순간,
우리의 마음은 더 이상의 참음이 불가능할 정도로 분노에 차오른다.
이런 강력한 감정을
우리는
'화'
'분노'
'짜증' 등의 부정적인 단어로 묘사하곤 한다.
분노를 적대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피하려는
이런 관습은
우리가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고 통제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친다.
분노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나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정서적 상태를 나에게 알려주는 가치 있는 신호이다.
때로는 나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알려주기도 한다.
분노는 감정의 나침반이다.
나도
가끔
분노가 차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산책을 하면서
주로 주변의 자연을 관찰한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며 속삭이고,
새들은 행복한 노래를 부르고,
나비는 꽃에서 꽃으로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춤을 춘다.
이러한 자연의 평온함을 보며
나의 분노는 조금씩 풀어진다.
또한
벤치에 앉아,
나는 주변을 관찰하며 새로운 인상을 메모해 간다. 내게서 발산되는 분노가 메모에 새겨진 단어들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메모를 하면서,
내 감정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런 방식으로,
분노는 나의 창의력을 더욱 끌어올린다.
분노가
결국 나에게 가르쳐준 교훈은 아름답다.
분노는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그것을 존중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은 또한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나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통로다.
ㅡ
오늘 분노를 표출한 그분의 마음이
속시원히 풀렸으면 좋겠다.
그분도 잘 아실 것이다.
맨발로 산책하는 것은 분명 운동이다.
단지
육체적 운동뿐만이 아니다.
정신적 운동에도 큰 자리를 차지한다.
산책을 통해 분노를 삭이는 것도
참 좋은 정신운동임을!
다시 한 번 새기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