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3. 2023
버스기사는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몰입한 시민들
비를
흠뻑 맞으며
할머니는
폐휴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를
끌고 계셨다
도로
한 복판이다
자동차들의 경적이 재촉한다
주변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든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다.
ㅡ
오늘의 하늘은
흐림을 넘어 폭우를 뿌리고 있었다.
내리는 비가 대지를 적시고,
모든 것이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이다.
그 속에서 하나의 모습이 독특하게 눈에 띄었다.
그것은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빛바래 녹슨 리어카는 폐휴지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녀의 발걸음은 느리다.
아무런 조심도 없이 다가오는
버스의 위험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다.
일부는 빗물과 함께 할머니를 따라갔지만,
몸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다들 자신의 일상에 얽매여 그녀의 위험을 무시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위험을 피하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빗길이 미끄럽고 짐도 많아
움직임은 더욱 느려져갔다.
버스에 탄 우리는
바라볼 뿐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본 버스기사는
차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리어카를 들어,
물처럼 흐르는 길을 건너 할머니를 안전한 곳으로 이끌었다.
그는 비를 흠뻑 맞은 채로 다시 버스를 타고,
오히려
"지체해서 미안합니다"라는 공손한 말로
승객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행동은 진정한 천사처럼 보였다.
버스 안에서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기사의 행동을 지켜보며,
나는 인간의 따뜻함과 작은 배려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의 배려가 세상에 불씨처럼 퍼져 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비록
그것이 폭우 속의 한 순간일지라도,
그 순간은
나에게 교훈이 되었다.
나는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의 헌신에 대한 찬사였다.
그의 행동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이 작은 순간이,
이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데 있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과 배려가 가장 강력한 힘임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그의 이야기는 비를 따라 흐르며 사람들의 마음에 퍼져나갔다.
폭우 속의 천사,
그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희망의 불씨를 전달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