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3. 2023
찌그러진 노란 냄비에 끓인 김치찌개와 소주 한 잔을!
비 오는 날이면 소주 생각이 난다
소주는
반드시
찌그러진 노란 냄비에 끓인
김치치개와
마신다.
비 오는
날에 좋은 친구와
함께라면
더욱
좋다.
ㅡ
비는
날 취하게 한다.
아니,
비보다는 그 속에서 맞닥뜨린 소중한 술과
친구가 나를 취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 나지만,
과거에는 어느 정도 애주가를 자처할 만큼의
술애를 갖고 있었다.
비 오는 날,
그 특별한 날에는
가끔
늘 함께하는 친구와 선술집을 찾는다.
술 약속이 있는 날에는,
언제나 한 끼를 굶는다.
그것이 나의 소주 의식이었기 때문이다.
빈 속에 첫 잔 소주를
즐기는 그 느낌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허나
애주가라면
공감할 만한 즐거움이었다.
소주 반 병 남짓이
나의 주량이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에게는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여기에는
내 나름의 의식과 즐거움이 있다.
첫 잔의 술을 넘기고 나면,
그 다음은 안주 차례다.
안주는
돼지 넓적 다리에는
시퍼런 글씨로 합격이란 '검'자가 선명히 찍혀 있어야 한다.
돼지털이 송송 박혀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묵은지와 두부, 대파를 굵직한 채로
찢어 넣어 팔팔 끓여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찌개를 끓이는 냄비다.
이 냄비는 반드시 노란 양은 냄비여야 하고
여기저기 찌그러져야 한다.
걸인도 마다할 정도의 냄비다.
실제로
우리가 종종 찾는 선술집은
이 모두를 완벽히 충족한다.
또한
결코
간과해서는 인 될 요소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여자 주인장이다.
일단,
풍만한 체구와
걸쭉한 언어 구사가 전제되어야 한다.
상상해 보라.
만약에
이러한 곳에 세련된 여주인이
카운터에 앉아 있다면,
모든 것은 낭패이다.
우리는
그렇게 소주 한두 병을 놓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한 잔을 걸친다.
친구와 보내는
그 시간은
그 어떤 순간보다도 소중하다.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때때로 그 추억은 나를 비 오는 날,
술을 즐길 수 있는
순간으로 되돌려 보낸다.
비가 오는 날,
나는 다시 한 번 술과 친구를 만나며
그 시절의 나를 기억한다.
그런 추억은 나에게 있어
고요하고
따스한 위안이다.
오늘이
그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