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차르트와 스타링 }

(이유 있는 반전, 생각 없는 진실 2) 반려새가 남긴 마지막 노래

by 이정민 Ophelia


1. 장마가 멈추고, 쌍무지개가 뜬 날


2025년 7월 18일, 장마가 잠시 숨을 고른 세종시의 저녁시간, 비가 그친 하늘에는 쌍무지개가 둥실 떠올라 있었어요.


무지개 두 개와 그 무지개를 바라보는 우리까지 더해져 그 아름다운 조합이 하늘 위로 피어난 듯…


“They say a person needs just three things to be

truly happy in this world:

someone to love, something to do, and something

to hope for.”

– Tom Bodett

“비가 그친 자리, 음악처럼 피어난 빛의 궁현(弓絃)”

- 희망은 언제나 눈물 뒤에, 빛의 형태로 찾아온다.



사랑할 대상,

할 일,

그리고 희망.

그 모든 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살며시 내려앉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셋 모두를 음악 안에 품어온,

다하지 못한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작은 새 한 마리와 위대한 음악가 모차르트.

이들의 우정은 비록 짧았지만,

그 따스한 선율은 지금도 우리 마음에

작은 무지개처럼 머물고 있습니다.



2. 모차르트와 스타링 – 작은 생명, 큰 울림


”모차르트가 사랑한 반짝이는 생명.“



“스타링 한 마리. 매우 총명하고 사랑스러웠다.

34 크로이처.”

– 모차르트의 일기 중 (1784년 5월 27일)


1784년 5월, 모차르트는 비엔나의 한 가게에서 유럽 찌르레기(Common Starling)를 가족으로 맞이했어요.

(학명: Sturnus vulgaris)


작고 검은 깃털을 가졌지만,

햇빛을 받으면 푸른빛·회색·보랏빛이 은은히 섞여 반짝였고,

눈동자도 유난히 빛났다고 해요.


모차르트가 이름을 붙여준 이 작은 새, 스타링은 놀라울 정도로 똑똑했어요.


모차르트가 작곡 중이던

《피아노 협주곡 17번 G장조 K.453》의 마지막 3악장 주요 선율을 거의 완벽하게 따라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스타링이 따라 불렀던 선율”


상상해 보세요.

창문 너머 햇살이 들어오던 작업실 안,

작곡가의 어깨에 올라 지저귀는 새 한 마리의 모습.

그 순간, 음악과 생명은 정말로 하나가 되었겠지요.


그런데 더 사랑스러운 반전이 있어요.

모차르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고 해요.


“스타링이 한 음을 틀렸지만, 너무나 귀여웠다.”


그는 그 작은 틀림을 유쾌하게 기억했고,

뛰어난 청음으로 그 음을 정확히 잡아냈으며,..

그 와중에도 팔불출 ‘새 바보’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곤 했답니다.


스타링은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었어요.

모차르트에게는 자신의 음악을 이해해 주는 첫 번째 청중이자, 작은 뮤즈였는지도 몰라요.



3. 작별 인사를 시로 남긴 새아빠


스타링은 모차르트 곁에서 3년 남짓 함께 머물렀던 존재였어요.

1787년 6월, 반려새 스타링이 세상을 떠나자, 모차르트는 친구 몇 명과 함께 직접 장례를 준비했어요.


근처 묘지까지 조심스럽게 운구하고,

노래와 추도사, 시 낭송까지 곁들였다고 해요.

그리고 작은 관 안에는,

모차르트가 직접 쓴 시 한 편을 넣었다고 전해지죠.


그 시에는 정식 제목이 없지만,

많은 이들은 따뜻한 마음을 담아

‘스타링을 위한 애가(Elegy for the Starling)’라고

부르곤 했대요.


당시 친구들은

“그 장례식은 정중하고도 슬펐으며,

동시에 모차르트 특유의 유머와 따스함이 녹아 있었다”라고 회상했어요.


*모차르트가 스타링을 위해 남긴 시*


Here rests a starling,

A foolish little darling.

He sang and chirped with glee,

But never sang for free.

His song he stole from Mozart,

Which warmed the master’s heart.

Though one note he did miss,

He still earned a farewell kiss.


“잉크 한 방울, 마음 한 줄.

음악으로 만든 시.”



여기 한 마리 찌르레기가 조용히 잠들어 있어요.

어리지만 사랑스러웠던 작은 존재였죠.

그는 기쁘게 노래하고, 즐겁게 지저귀었지만,

아무 때나 부르진 않았어요.

그의 노래는 모차르트의 곡에서 빌려온 것이었지만,

그 마음만은 진심이었기에,

그 실수를 모차르트는 사랑했고,

떠나는 날, 따뜻한 이별의 입맞춤을 받았답니다.


스타링은 언제나 모차르트의 곁에서,

그의 음악을 가장 먼저 듣고,

가장 순수하게 반응한 존재였어요.


어쩌면 모차르트가 남긴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작은 청중이자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친구는

이 작은 새, 스타링이었는지도 몰라요.



4. 위로의 음악 – 클라리넷 협주곡, 스타링 이후


“별이 된 새를 위해,

바람과 함께 흐른 위로의 선율.”

모차르트의 마지막 협주곡,

《Clarinet Concerto in A major, K.622》



스타링을 떠나보낸 상실의 시간 이후,

모차르트는 삶의 마지막 시기에

한 곡을 조용히 완성해 나갑니다.

바로,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이 곡은 1791년 가을,

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두 달 전에 완성된

모차르트의 마지막 협주곡이에요.


그 시기, 그의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있었고

삶은 궁핍했으며,

죽음을 예감한 듯한 고요와 불안이 음악 곁을

맴돌았을 듯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은 놀라울 만큼 맑고 따뜻한 선율을 품고 있어요.


절망 속에서도 삶을 껴안으려는 사람,

눈을 감기 전,

누군가를 조용히 안아주는 손같이..


그 따뜻한 감정이 이 클라리넷 선율 속에 흐르고 있습니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제가 느꼈던,

‘이 곡은 슬프지 않아요.

마치, 그늘진 날에 조용히 창문을 열어주는 음악 같아요.‘


- 그는 왜 마지막 협주곡을 클라리넷으로 썼을까요?


모차르트는 클라리넷을

‘가장 인간의 목소리를 닮은 악기’라고 여겼어요.

슬픔과 위로, 쓸쓸함과 평온함이

동시에 스며 있는 소리라고 생각했죠.


또한, 이 곡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뛰어난 연주자였던

‘안톤 슈타들러‘를위해 쓰였답니다.


슈타들러는 ‘바셋 클라리넷’이라는

기존보다 더 낮은 음역의 악기를 직접 개량했는데, 모차르트는 그 깊고 따뜻한 소리에 감동했다 해요.


그 따스함은

어쩌면 그가 사랑했던 작은 새 스타링이 지녔던

햇살처럼 부드러운 따사로움과도 닮아 있었는지도 모르죠ㅠ


따스한 동심과 함께 기품 있는 음악을 선사한 모차르트.



이후 그는 〈레퀴엠 D단조 K.626〉 작업에 착수하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1791년 12월 5일,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그가 남긴 악보는 제자 쥐스마이어가 이어받아

스승의 흔적을 따라가듯,

하나하나 조심스레 완성해 나갔어요.


레퀴엠은 죽음을 위한 음악이지만,

그 안에는 삶을 마주하는 겸허함과

조용한 기도가 함께 담겨 있었죠.


모차르트의 장례식은 소박했지만,

그가 남긴 선율은 지금도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있어요.



***에필로그 / 다시 피어난 무지개


저무는 빛은 음악처럼 하늘을 물들이고,

그 끝에서 또 다른 시작의 무지개가 피어난다.



모차르트와 스타링.

그 둘은 언어가 아닌 음악으로

서로를 이해했던 존재였어요.


작은 새는 먼저 떠났지만,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가 남긴 음악,

그리고 마지막까지 품었던 희망은

지금도 우리의 마음 어딘가에

살며시 내려앉아 있습니다.


음악은 마음에 내려앉는 태양처럼,

소리 없이 따뜻하게 우리를 감싸 안습니다.

스타링과 함께한 그의 선율도,

이 순간 우리의 마음속에서 그렇게 빛나고 있어요.


“모차르트와 스타링 - 생명과 음악이 남긴 마지막 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