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상상이라는 테마를 가진 세 단편 영화 중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세 번째 작품인 <다시 한번>이었다.
<다시 한번>에서 나츠코(우라베 후사코)와 아야(카와이 아오바)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동창을 만나 너무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쉬운 마음에 둘은 아야의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야의 집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가 서로라고 믿었던 동창이 아니었다. 서로가 동시에 착각을 하다니, 기가 막힌 우연이다. 서로가그리워하던 동창이 아닌 것에 실망하다나츠코가 돌아가려던 찰나 갑자기 배달 온 택배로 인해 우연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나츠코(우라베 후사코, 좌)와 아야(카와이 아오바, 우)
그러다가나츠코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서로가그리던 동창이 맞다고 가정하고 연기를 하며 이야기를나눈다. 그리고 서로 점점 진실된 감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어떤 느낌이 생겨난다.
<해피아워>의 워크샵 장면(좌)과 <드라이브 마이카>의 연기 장면(우)
스크린을 넘어선, 말하자면 영화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동시에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마법을 보여주려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업은 전작들에서 숱하게 반복되었다.
<해피아워>에서는 각각 수십 분이 할애된 워크숍 신과 낭독회 신을 통해 관객이 자연스럽게 스크린 안으로 스며들도록 유도했고, <드라이브 마이카>에서는 주인공인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의 독특한 연출법으로 배우들과 관객들로하여금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도록했다.
<우연과 상상>의 세 번째 단편 <다시 한번>에서는 이와 유사한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류스케만의 마법'을 볼 수 있다.
연기 속의 연기
<우연과 상상>의 세 번째 단편 <다시 한번>는 이중 구조를 취하고 있다. 다만 보편적인 시간의 이중 구조가 아닌 '연기'라는 행위의 이중 구조를 취하고 있다.
배우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우연'과 '상상'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내포한다. 영화가 제작될 때 배우들이 캐스팅되며 서로가 서로를 모른 상태에서 '우연'히 만난다. 연관성 없이 만난 배우들은 역할을 부여받으며 '상상'을 통해 연기를 하고 관객들은 그 행위를 보며 작품에 빠져 들고 이를 통해 감정을 느낀다.
나츠코와 아야의 연기 행위도 이와 같다. 착각으로 인해 '우연'히 만난 두 인물이 '상상'을 통해 서로가 그리워하는 대상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장면에서, 나츠코와 아야는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연기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다시 한번>에서 두 주인공이 (서로 상상인 것을 알면서도) 연기를 하며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모습은, 관객들이 영화 속의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것을 알고도 영화에 빠져드는 것과 같다.
<다시 한번>에서 두 인물은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이, 관객들도 영화로 스며들고 몰입을 함으로써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게 되고, 서로 연기인 것을 알고도 두 인물 사이에 이는 거대한 감정의 파도같이, 관객들의 마음에 요동치는 그 무언가의 하마구치 류스케가 의도한 어떤 마법, 그가 꿈꾸는 예술의 요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