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 고향을 떠나 새로운 도시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당시 나에게 고향은 모든 것이었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은 나의 삶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익숙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낯선 곳으로 떠나야 했다. 결혼후 양산에 터를 잡았던 아버지는 이곳에서 하우스에 토마토, 수박, 배추, 벼농사를 하며 가업을 일으키려고 했는데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잘살아보고자 희망을 품고 할머니와 큰형님이 계신 몽탄으로 이사를 왔다.. 이곳은 아버지가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보낸 아버지의 고향이었다.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그곳에서 나름의 일상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니 고향의 기억은 점차 희미해졌고, 기민, 동생 선필, 옆집 형 경수 같은 친구들에 대한 생각도 차츰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갔다. 그리웠다. 어릴 적 함께했던 그 친구들, 기민과 경수 형과 함께 뛰놀던 골목, 매일같이 오르내리던 언덕길, 그리고 여름이면 우리가 함께했던 그 냇가까지 모든 것이 그리웠다. 특히 내가에서 친구들이랑 깨벗고 수영하고 언덕에서 일광욕하던 기억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냇물의 차가운 감촉, 물장구를 치며 웃음꽃을 피웠던 우리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당시 문평 양산에 살 때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며 그곳 동네 사람들과 계모임을 만들어 가끔 고향에서 모임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같이 가자고 해서 가게되었어.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드디어 고향을 다시 찾게 되었다. 겨울이면 강가에 얼음을 깨고 얼음을 타고 강을 내려가던일, 마을 뒤쪽 강에서 지렁이로 낚시하던일, 가을이면 우리 동네 형 동생들이랑 이웃마을 아이들에 대항해 불깡통 돌리는 놀이, 방패연 가오리연을 만들어 날리던 일, 토끼 올가미를 만들어 토끼 사냥하던 기민의 형, 경수형이랑 이웃동네 칡을 캐러 탐험을 가던 일, 벼 수확후 논바닥에서 야구처럼하는 하루 게임, 강가 물에 떠있는 모람을 따서 하얀 알맹이를 먹던 일, 강가 진흙속에서 캐던 큰 조개, 자갈 모레가 있는 바닥을 갈퀴로 긁으면 많이 나오는 꼬막, 가을에 마을 광장에서 어른들을 따라 따라 거닐며 흥얼거리며 불렀던 강강수월래노래, 비료포대로 썰매타고, 베니어판에 썰매판을 만들어 타고, 나무를 깍고 쇠구슬을 박아 칡줄기로 팽이치던 일, 나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멈춰 있는 고향의 모습을 다시 볼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냇가에서 뛰어놀던 시절의 모습들이 그대로일 것만 같았다. 나는 곧바로 그 냇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다시 기민, 경수 형, 그리고 동생 선필과 마주할 생각에 내 마음은 더욱더 두근거렸다. 그러나 냇가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 모여 있던 아이들은 분명 나의 친구들이었지만, 그들의 얼굴은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그동안 나는 고향을 떠나 있었던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들의 얼굴은 너무 많이 변해버린 듯했다. 내가 기억하던 친구 기민, 경수 형, 그리고 동생 선필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그들은 키가 훌쩍 자랐고, 얼굴에는 어렸을 때는 찾아볼 수 없었던 뭔가 다른모습(성숙함)이 묻어 있었다. 나에게는 컸던 골목도 아주 작게 느껴졌고 강가와 마을도 아주 작게 보였어. 조금씩 땅이 움직여 마을이 작아졌나? 아님 내몸이 성장하여 커져 그런것일까?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사랑했던 그 고향 친구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나의 기억 속에 있는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들은 나를 보고도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나 역시도 그들에게 낯선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나름대로 성장했고, 그들 또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며 변화해 왔다. 어릴 적, 우리는 함께 냇가에서 뛰어놀던 추억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며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그들의 반응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박경수 형은 예전처럼 활달하게 웃어주지 않았고, 송기민은 내가 꺼낸 이야기를 잠시 기억해내려는 듯했다. 동생 선필조차도 어딘가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절의 우리는 서로에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각자의 삶 속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나는 고향에서 오랜 친구들과 함께 냇가를 다시 찾았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모두 변했다. 나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그들의 성장과 성숙함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나에게는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고향을 떠난 뒤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친구들의 변한 얼굴들에서 시간을 느꼈다. 그 변화는 슬픔이자, 동시에 성장이었다. 우리는 모두 변했고, 그 변화 속에서 서로를 다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날의 경험은 나에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법을 배우게 해주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는 비로소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고향 친구들의 변한 얼굴을 보며 나는 혼란스러웠지만, 이제는 그들이 자라온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기민, 경수 형, 그리고 동생 선필은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그 길 위에서 다시 만나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그날의 경험은 내가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법을 배우게 해주었다. 고향을 떠나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변화를 모두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성장을 축하하고, 또 다른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소중한 삶의 일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