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재설정을 위한 일시 정지
인생 방향 다시 맞추기
오늘부터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엄마로서의 역할도, 직장인으로서의 역할도 어느 것 하나 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많이 괴롭고, 생각보다 익숙해지지 않았다. 일과 육아를 모두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 북돋아주려고 노력을 했지만, 계속해서 하락하는 자기효능감과 자신감은 어쩔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아이와의 시간과 맞바꾼 내 직장에서의 시간이 나에게 가치있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커리어적인 측면에서 중장기적인 목표가 부재하고(현재 내 직업이나 직장 속에서 이루고싶은 꿈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내가 원하는 삶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하루 8시간, 인생의 1/3을 지금 다니고있는 회사 일에 쏟고 있는걸까. 더 좋은 집에 살기 위해서?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을 해주기 위해서? 가족여행을 즐기기 위해서? 생각나는 이유들은 내 행복의 근원적인 요소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무비판적으로 내 주변 세상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지 않고, 내 행복과 내 인생의 가치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시간들로 나의 인생을 채우고 싶다. 이제 35살. 이 정도 인생 경험을 했으면 주체적으로 살 때가 되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삶의 방식이 있고, 인생이 있다. 이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더 좋다는 삶이 아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도 기꺼이 치르고 싶다.
가장 돈을 안전하게 잘 벌 수 있기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족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번 육아휴직 동안 이 원대한 두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