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하루에 만개한 나레이터의 일탈

용기로 불태운 세계

by 호태
아이린 'Like A Flower' 티저 이미지
영화 '파이트클럽' '나레이터'

<파이트클럽>의 주인공 ‘나레이터’는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홀로 고요한 하루를 살아간다. 자동차 리콜 심사관으로 일하는 그의 하루는 단조롭다. 직장, 집. 이 두 장소만을 반복한다.

‘나레이터’와 아이린이 삶에 있어서 가지는 태도는 서로 다를지언정, (아이린은 ‘다정’해질 용기를, 나레이터는 ‘파이트클럽’을 만들어 낼 용기를 냈다) 둘은 그저 하루를 묵묵히 버티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파이트클럽' '나레이터'
아이린 'Like A Flower' 티저 이미지


24년에 발매된 아이린의 첫 솔로 앨범 ‘Like A Flower’를 함께 뜯어보자. 이 앨범의 키워드는 ‘용기’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용기를 가지고 서서히 만개하는 꽃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기서 꽃은 ‘나레이터’가 그토록 갈망하던 삶의 변화와 동일하다.

아이린 'Like A Flower' 티저 이미지
“고요했던 하루에 (난 서서히) 깨어난 작은 틈 사이 (아주 선명히) 속삭이는 마음이 낯설지 않아 조금씩 Feel Alive.”

-아이린, Like A Flower 가사


고요했던 나레이터의 하루에 낯선 휘파람이 불어온다. 반복되는 삶에 지친 나레이터는 이케아 가구를 구매하는 일에 빠진다. ‘나레이터’가 카탈로그 속 가구들로 집을 똑같이 맞추어 자신만의 견고한 작은 세계를 만들어냈다면, 아이린은 다정함과 용기로 자신의 삶에 대한 혼돈을 억눌렀다.

영화 '파이트클럽' '나레이터'

‘나레이터’가 가구를 구매하여 배치하는 것으로 세계의 안식을 찾았다면, 아이린은 ‘다정함’으로 스스로 안식을 찾아간다. 이로 하여 그들은 단조로운 일상에 하나의 틈을 만들었다. 이후 ‘나레이터’는 가구 구매로 시작하여 각종 모임 참석이라는 중독에 이르기까지 한다.

영화 '파이트클럽' '말라'

삶의 변화를 갈망하던 욕구가 일상에 작은 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에게 ‘말라’라는 걸림돌이 등장하게 된다. 그녀는 작중에서 그가 참석하는 모든 모임에 참석하며 그의 눈에 거슬리는 존재로 남는다.


그녀의 등장으로 세계는 다시 한번 깨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뒤에 가서 그의 세계는 ‘타일러’가 깨어남으로써 다시 한번 조각난다. 그 전에 ‘말라’라는 인물을 자세히 봐야 하는데, ‘말라’는 그가 피워낸 일상의 변화가 시시하다는 듯, 그가 참여하는 모든 모임에 출몰하여 ‘나레이터’를 그의 가짜 안식을 비웃는다. ‘말라’는 앞으로 있을 삶의 변화에 대한 경고이자, 전조 증상이다.


아이린의 피워낸 꽃은 더 이상 다정한 꽃, 화초에 머물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의 안전지대를 전소시킨다. 그리고 잿더미 속에서 그녀의 다른 이면의 자아, ‘슬기’가 태어난다.

슬기 'Accidentally On Purpose' 티저 이미지

‘나레이터’는 자신의 가구가 정갈하게 정돈된 집을 불태움으로써, 더 이상 고요한 세상에 변화를 갈구하지 않는다. 외부 세계에까지 개입하여 자신의 세상을 키우려는 것이다. ‘파이트클럽’은 그런 욕망에서 태어났으며, ‘타일러’라는 악동 역시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 '파이트클럽' '타일러'

이 영화의 구조에 따르면 아이린 슬기의 관계도 설명이 된다. 아이린은 더 이상 다정한 꽃, 화초에 머물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이 용기로 일구어낸 세계를 전소시킨다. 그리고 잿더미 속에서 깨어난 것은 그녀의 다른 이면 ‘슬기’라는 자아이다.


아이린이 용기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다른 자아인 ‘슬기’를 통해 일상의 깨어난 틈을 만들어냈다면, ‘나레이터’는 ‘타일러’라는 꽃을 피워낸 것이다.


그렇다면 ‘나레이터’가 피워낸 꽃, ‘타일러’는 어떠한 인물일까? 슬기의 ‘Baby Not Baby’를 통해 자세하게 살펴보자.

아이린 'Like A Flower' 티저 이미지 / 슬기 'Accidentally On Purpose' 티저 이미지

아이린의 ‘Like A Flower’ 다음에 나온 슬기의 ‘Baby Not Baby’까지. 두 앨범을 반복해서 살펴보면, ‘나레이터’에서 ‘타일러’, ‘타일러’에서 ‘나레이터’ 라는 뫼비우스의 띠를 마주하게 된다. 이런 반복된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두 자아가 부딪히고 화합을 이룬다. 이런 과정에서 둘은 ‘TILT’ 됐다가, ‘BALANCE’를 마침내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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