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부위원장이 된 90년생, 회사를 마주하다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회사의 무책임한 민낯

by 백말띠

2년차 90년생 노조부위원장, 아직도 나는 노조라는 강성 이미지가 싫다.

그런데도 노조의 임원이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주 결정적일 때 회사는 직원을 손절하더라.


나의 첫 노조 업무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었다.

어느 팀장의 개인적 부도덕함으로 대기발령이 내려졌고, 그 팀을 이사가 관리하게 되었다.

이사는 결함 있는 팀장이 담당했던 팀으로 치부하고 팀원들을 괴롭혔다. 공개적 망신, 폭언 심지어 위법적인 업무까지 강요했다. 팀원들은 이사의 위법성에 동참하지 않으려 했다.

한편, 다음 날 회사 전역에 소문이 났다.

"임원 명령에 불복종하는 그 나물에 그밥인 MZ것들."

왜 MZ냐고 묻는다면, B의 교활함이 여기서 드러난다. 팀원들의 연령대는 다양했으나, Senior 직원들은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았나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어린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괴롭혔다. 강약약강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 사건은 노조에 접수 되었고, 사장·인사·감사팀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로 이어졌다. 최종적으로 징계위원회를 거쳐 이사는 해고되었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겉으로 보면 아주 깔끔하고 순조로워 보이지 않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이 과정에서 상상만 하던 회사의 무책임한 대처를 직접 겪으며 환멸을 느꼈다. 4시간가량 진행된 위원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는 빠른 사건종결을 위해 "좋게좋게 갑시다" 라는 말로 운을 뗐다.

이미 최악의 상황인데 어떻게 "좋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측 위원은 피해 직원들이 설득되지 않는다고 느끼자

"저 이사님 해고 안 될 거다. 당신들 앞으로 얼굴보면서 같이 다닐 수 있겠냐?" 라며 압박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확신했다. 회사는 애초에 사건을 해결할 의지가 없었다라고. 이러니 피해받는 직원들이 퇴사하면 본인들이 정당하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둘째, 이사의 위법적인 업무 지시에 대해 "과도한 성과 지향으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관이었다.

만약 위법 리스크가 사법기관에 적발된다면, 그때도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 그렇게 변명해 줄 것인가?

부조리 투성이었다.


셋째, 사건 경위를 알고 있는 같은 팀의 Senior 직원들에게 증인 요청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칼같이 거절했다.

그들의 대답은 "나는 잘은 모르는 일이다"

인류애 없더라.

한편으로는 '이게 조직생활이구나.' 하고 또 한 번 배웠다.

마지막으로, 노조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지방노동위에 고발하겠다."라고 선포했다.

그제서야 사측 대표단은 중압감을 느꼈는지, 징계위에서 해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노조 대표로서의 첫 업무는 꽤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마음 아픈 시간은 지속되었다.

해당 사건 이후, 몇 개월간 피해 직원들은 주눅 든 채로 출근했다.

누군가는 이들을 "Whistleblower"라며 뒤에서 수군거렸다.

심지어 같은 조합원들도 괜한 대화를 나누면 같이 낙인 찍힐까봐 피해 직원들을 피했다.

나는 실제로 목격했다.

어느 상사가 자신의 하급직원이 피해 직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엿보더니,

"쟤네랑 무슨 얘기했어? 너도 나 찌르려고?" 라며 비웃었다.

앞에서는 걱정해주는 척하면서도 뒤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안줏거리로 삼아 희희덕거리는게 현실이 참 씁쓸했다.

이와 같은 유사한 사례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비일비재하다.

다만, 노조가 출범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악행은 암묵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유사시, 자연스럽게 꼬리자르기가 되지 않았을까?

예상치 못한 퇴사는 대부분의 근로자에게 생계의 큰 부담이 된다.

나는 단순히 권리만을 요구하는 노조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다.

그저 상식적으로 근로자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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