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을 깨고 신뢰받는 노조를 만들기까지
[투명하고 합리적인 노조를 꿈꾸며]
부위원장에 지원하기까지 긴 숙고의 시간이 있었다.
노조 임원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진급이나 평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고민은 사측과 노측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었다.
대표적으로, 사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벽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특히 "회사 재정을 고려할 때,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니냐"라는 사측 의 주장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더 많은 것을 쟁취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요구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노조 임원에게 특혜가 있을까?]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오히려 노조 임원이면 회사에서 더 조심하고 특혜가 있지 않겠느냐?"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우리 회사는 직원 수가 100명 안팎의 작은 규모다. 조합원 수도 전 직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다.
게다가 노조가 출범한지 겨우 4년 차, 이제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노조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았다.
미디어에서는 일부 노조가 파업을 통해 말도 안되는 수준의 '귀족 복지'를 요구하는 모습을 비추곤 한다. 때로는 노조 수뇌부와 회사 측이 결탁한 '어용 노조' 사례도 들려온다.
나는 이 인식을 깨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우리노조의 부위원장에 지원했고, 본업과 노조 업무를 병행하고있다.
[부위원장의 역할]
부위원장으로서 내가 맡은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다.
- 단체협약(단협) 협상
- 조합원 고충 처리 및 상담
- 사측과의 협의 및 갈등 조정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협상 테이블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나 부당한 대우에 대한 대응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참고로, 노조 집행부는 크게 '전임'과 '겸임'으로 나뉜다.
- 전임: 조합원이 많고 회사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노조 임원들이 본업을 내려놓고 노조 업무만 전담한다.
- 겸임: 우리 회사처럼 조합원 수가 적은 곳에서는 노조 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집행부가 본업과 노조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나는 후자의 경우다. 본업과 노조 일을 병행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투명하고 합리적인 노조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기에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노조 임원의 '혜택'이란?]
"그래도 혜택이 있지 않냐?" 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지난 2년 동안 노조비용으로 집행부 셋이서 식사를 한 번 한 것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단체협약(단협) 협상이 밤늦게까지 어어져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시킨 짜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소자였다.
노조 임원이 된다는 것은 혜택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회사와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하고, 조합원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며, 업무 외 시간까지 희생해야 하는 자리다.
이처럼 나는 신뢰받는 노조를 만들기 위해 나부터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
향후 목표는 단순하다.
노조가 더욱 신뢰받고, 조합원들이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
이를 위해
- 근로 환경 개선
- 공정한 평가 시스템 마련
- 직장 내 괴롭힘 방지 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함께하는 조합원들과 한 걸음씩 나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