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
여행을 거의 마무리하려고 할 때 문득 눈에 들어오는 팜플랫이 있었다. 외국인들이 주로 보는 관광 팜플랫인데 오하우섬 전역을 차로 관광하는데 100불 이상의 관광비가 50% 할인행사를 하는 것이었다. 마침 차도 없어서 보지 못한 장소가 관광에 포함되어 있어 신청을 했다. 한국 여행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비용이어서 많은 기대를 처음에는 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아침 7시에 지정된 장소로 나가니 정확히 버스가 와서 태우고 간다. 보라색 남방을 입은 기사는 다소 무뚝뚝하게 보였다. 호텔을 돌면서 관광객들이 전부 모이자 버스를 멈추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켜야 할 사항을 말하듯 5가지 사항을 지켜달라고 강한 포스를 품으며 이야기한다. 동양인은 나 혼자이고 전부 외국인이어서 덩치도 큰 기사가 명령조로 말하니 규율을 안 지키면 벌 받을 것 같은 분위기로 출발했다.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음악을 틀고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을 한다.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샌드위치를 먹어가며 승객들에게 유쾌하게 이야기를 한다. 퇴직 후 잡은 일자리라고 시간이 많이 남는 사람이니 너무 조급하게 관광을 하지 말고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고 말한다. 그의 손에 요란한 팔찌는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보여주는 듯 손들며 제스처를 취할 때마다 출렁거린다.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화장실 가고 싶은 사람이나 커피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말하라고 한다.
첫 코스는 빠질 수 없는 다이아몬드 전망대 부근의 해변과 부촌 마을이다. 전망대에서 잠시 내려 충분히 보았는지 물어보고 출발한다. 이어서 혹시 부자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으면 말하라고 하며 좁은 골목길을 누비며 잠깐씩 차를 멈추며 설명해 준다. 이곳은 어떤 쎌럽이 살고 그들의 정교한 집 대문은 수작업이라는 등 현지인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재미있는 정보들을 알려준다. 심지어 매물로 나온 집을 보여주며 정말 좋은 바다 전망을 가지고 있고 집도 예쁘다며 가격도 알려주며 능력 되는 사람은 사라고 말한다. 허물없이 유쾌한 농담을 하며 설명하는데 관광 가이드와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점차 호감이 갔다. 잠시 화장실 가는 시간에도 어디서 샀는지 또 다른 빵과 커피를 마시며 승객들과 담소를 한다. 쉴 틈이 없이 잘 먹으니 큰 체격을 유지하고 에너지가 폭발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우리 한국기사들은 승객에게 다가가지 않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샌드위치를 다시 먹으며 운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한 광경이라 조금 불안하였다.
버스로 갈 수없었던 하나우마베이 전망대나 멀리서만 보았던 모자섬을 직접 볼 수 있는 해변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마치 여행을 총정리하는 느낌이었다. 전망대의 용솟음치는 옥빛의 파도를 보며 탁 트인 아름다운 풍광에 긴 호흡을 들이마시며 태평양의 공기를 흠뻑 들여 마신다.
모자섬이 보이는 해변에 내리니 해변 반대쪽에는 하와이 겨울을 아는 듯 나뭇잎에 단풍이 들어 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한쪽은 웅장한 산으로 둘러싸이고 반대편은 파란 바다가 출렁이는 모습은 영화의 배경 속으로 들어온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점심은 유명한 새우트럭이 있는 장소에서 멈췄다. 그곳은 놀랍게도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너무 반가웠다. 옆에 큰 쇼핑몰도 있었는데 쇼핑몰에 있는 사람도 한국인이 많이 눈에 띄어 하와이에서 자리 잡은 한국인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지난번에 닭을 먹느라 새우를 못 먹었던 나는 새우를 주문하기 위해 트럭에 갔는데 주문을 받는 사람이 영어로 주문받고 주방에는 한국말로 알려주는 것을 보고, 외국인들 틈바구니에서 외로웠던 나는 반가워 한국말로 주문을 한다. 반갑게 도시락을 펼치자 하와이의 새우가 왜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너무 맛있었다. 코스트코에서 갈릭 새우를 사다 해 먹었는데 이맛이 아니었다. 특히 소스가 너무 맛있었다.
점심식사 후 중간중간 후식을 취하며 멈추는 장소는 쇼핑과 먹을걸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곳들이었다. 외국 패키지여행을 가면 약을 파는 곳이나 물품을 파는 곳에서 멈춰 관광객들이 물건을 살 시간을 주듯이 자연스럽게 상품을 유도하고 있었다. 심지어 과일가게 있는 곳에도 들려 승객들이 과일을 사 먹고 있는 동안, 망고를 먹고 있던 기사는 갑자기 "김, 김"을 부르며 나보고 망고를 좀 먹어보라고 권한다. 나는 졸지에 "김"이 되어 그가 내미는 망고를 맛있게 얻어먹었다. 혼자 온 동양의 나이 든 나를 기억하며 챙기는 그를 보며 다시 한번 친밀감을 느낀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Hale'iwa Beach Park에서 2시간 정도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것이었다.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주며 바다에서 즐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북부해안이라 파도가 높아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고 써퍼들이 그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모처럼 나는 아름다운 바닷가에 앉아 멍 때릴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늘에 앉아 푸른 바다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었다. 모래사장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외국 어린아이를 보니 갑자기 손녀딸들이 크면 저렇게 놀겠구나 생각하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버스에 함께 탔던 일행은 스노클링을 위해 바다로 걸어가며 잘 즐기라고 나에게 말을 건넨다. 유일한 동양인 여자가 혼자 와서인지 더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같다. 외국인들과 여행하면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참 좋은데 자유로운 휴식 시간이 있어서 내겐 말할 수 없는 충족감을 주었다.
잠깐의 스노클링 시간 후 Tropical Farms이라는 하와이의 유명한 마카다미아 넛트를 판매하는 곳에 잠시 멈춘다. 이곳은 다양한 하와이 관광상품과 수많은 종류의 넛트를 맛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것이 새로웠다. 직접 맛을 보고 넛트를 고를 수 있어서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는데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혼자 여행하며 보지 못했던 예쁜 소품들도 유혹을 하고 시식 항아리에서 맛본 넛트를 지나칠 수 없었다.
Dol Plantation 파인애플 농장을 잠시 들르고 마지막 목적지는 Green world coffee farm이었다. 커피 농장에 도착하지 우리 보고 잠시 내리지 말고 차에 앉아있으라고 한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승객에게 춤을 조금 가르쳐주더니 기사는 옷을 전부 벗어던지고 빨간 팬티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건 나에겐 놀라운 문화적 충격이었다. 하와이에서는 벗는데 익숙해서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음악을 틀며 훈련한 승객과 더불어 함께 춤을 춘다. 이 좁은 버스 안은 금세 파티장이 되었다. 나중엔 혼자 빨간 팬티만 걸친 채 흥에 겨워 춤을 마무리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행위를 한다면 9시 뉴스에 나올 상황이다. 흥겨워하며 함께 호응하고 흔들어주는 외국인들을 보며, 여행 마무리의 피로를 가시게 해 준다. 참 인생을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하니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장면이 떠올라 웃음이 나며 오랫동안 하와이 여행 기억의 명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시골스런 조그만 커피카페를 가진 이 농장은 커피의 역사와 이 농장이 거쳐온 커피의 삶을 벽면에 가득 적어놓고 서비스로 커피를 마시게 하며 커피판매를 하고 있었다. 기사는 나에게도 한잔을 권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커피 농장을 끝으로 이제 여행은 끝났으니 열심히 자라고 말하며 좀 전의 유쾌하던 적극적인 모습은 사라진채 운전에 집중한다.
나는 익숙한 여행보다 예상하지 못한 여행의 즐거움을 느낀다. 어떤 관광 가이드에게서도 보지 못한 즐거움과 친근함을 보여준 하와이 기사를 보며 그의 삶도 여유와 유쾌함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기의 직업을 최대로 즐기며 만끽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삶의 여유로운 태도와 소탈하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유연하고 친밀한 자세는 여행하는 사람에게 느긋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맛보게 하는 것 같다. 빨간 팬티로 춤을 추어 피로를 날려준 버스 안 즐거운 순간의 여행,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들이 오늘 하루를 하와이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해 준다.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맛보게 해 준 그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