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
새해 새벽등산의 아쉬움으로 다이아몬드 헤드 정상에서 보았던 빨간 지붕의 전망대를 찾아 나선다. 하와이 호놀룰루 지역의 억만장자들이 산다는 카할라지역 즉 하와이 비버리힐스라고 불리는 부촌의 동네 근처에 전망대가 있었다.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전망대 앞에서 보려고 했으나 버스로 움직이는 바람에 전망대 앞에 도착하자 이미 해가 봉긋이 올라와 있었다. 전망대 근처가 사유지여서 들어갈 수 없었지만 초록색 잔디와 대조되어 붉은 지붕은 파란 바다와 어우러지며 더 예쁘게 다가왔다. 앞 표지판에 의하면 1899년에 등대가 세워지고 현대식 1000와트 전구의 섬광은 렌즈에 의해 초점이 맞춰져 바다에서 18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이 등대를 볼 수 있다고 쓰여있다. 지금은 해안경비대가 유지관리를 한다고 하는데 어디서 보아도 아담한 예쁜 등대였다.
등대옆 잔디에서는 요가를 하는 사람도 있고, 아침 일찍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의자를 가져와 끝없이 햇살에 밀려오는 바다를 바라보는 커플도 있었다. 윤슬에 몸을 흔들고 다가오는 파도를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평화로워 보인다. 그 옆에는 닭들도 푸른 잔디 위를 아침햇살을 밟으며 위풍당당하게 걸어 다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인간과 닭의 조합이며 하와이는 닭들의 천국이다. 내세가 있어 닭으로 태어나려면 하와이에서, 개로 태어나려면 태국에서, 소로 태어나려면 인도에서, 고양이로 태어나려면 모로코에서 태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잠시 출렁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옆 좁은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본다. 이곳은 써퍼들만 아는 비밀 장소인 것 같다. 몇몇의 써퍼들이 좁은 해안에서 파도를 타며 즐기고 있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파도를 타며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새삼 취미가 별로 없는 나 자신이 초라해진다. 사람이 별로 없는 작은 해변이지만 그들만의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은 여행하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진정한 즐거움은 누리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부터 적극적인 해양스포츠도 즐기고 여행하면서 만끽하는 그런 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들을 뒤로하고 해안가 주변의 동네를 걸어본다. 부겐베리아가 담장 위에 예쁘게 피어있고, 야자나무의 높이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솟아있어 그들의 집 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갑자기 특이한 은색 자동차가 눈에 확 들어온다. 미국은 다양한 대형차가 많아 차를 보는 즐거움도 있는데, 이 차는 너무 남성적으로 정말 아이들이 간지 난다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로 멋지게 눈앞에 나타났다. 지드래곤이 테슬라 사이버 트럭이라는 특이한 차를 타고 공항에 내리는걸 유튜브로 보았는데 바로 그 차가 내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위풍당당하게 큰 차를 몰고 운전하는 사람을 보며 어디서 봤나 생각해 보니 바로 유튜브에서 본 GD 차라는 생각에 차 뒤꽁무니만 정신없이 사진 찍었다. 미국은 도로가 넓어서인지 특이하고 큰 차들이 많아 자동차 보는 재미도 있다. 자동차에 트럭의 바퀴처럼 바퀴를 강조하며 달리는 자동차도 있고 그와 반면 스쿠터처럼 소형의 자동차 모형으로 주변 관광하기 위한 자동차도 있다.
주택가를 천천히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LE AHI Beach Park에 도착한다. “Le Ahi”는 하와이어로 “Le”는 이마(혹은 머리 부분)를 뜻하고, “Ahi”는 불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와이 오아후 섬의 유명한 화산 분화구 Diamond Head는 하와이어로 Leʻahi라고 불리는데 이 해변은 다이아몬드의 원래 하와이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공원 앞에 설치된 낮은 담장으로 끊임없이 파도가 부딪치고 있어서 파도가 음악처럼 소리를 내며 음률을 타고 춤을 추고 있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파도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다가오는 파도소리에 머리를 비우고 파도 속으로 빠져들어가 30분을 앉아 있었다. 바다와 나의 세계만 존재하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이곳의 특이한 점은 해변가 주택 이었다. 이렇게 바닷가 가까이 주택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즉 집이 바다에 붙어있다 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벤치에서 일어나 걸어가 보니 집과 담장사이에 작은 통로가 있다. 궁금하여 그 길을 따라 걸으니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통로가 나오며 집이 해안가 바로 옆에 있고 대문도 바다를 향해 열려있었다. 태풍이 불면 이 집들은 어떻게 될까? 바다와 너무 인접해 집을 전부 삼켜버릴 것 같았다. 무슨 비밀이 여기에 있을까 궁금해진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곳은 태풍이 직접 상륙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현무암바위와 암반해안으로 파도가 바로 흡수 분산된다고 한다. 이런 구조가 완충지대 역할을 하며 만일을 대비해 1층을 비워두거나 배수로를 많이 설치한다고 한다.
태풍의 방향과 파도의 방향을 잘 이용한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지어진 집들을 보며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뻥 뚫린 태평양의 전경과 다이아몬드 헤드 분화구 뷰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하와이의 온화한 기후와 바다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만한 장소였다.
해안가 주택단지에서 아침 일찍부터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중시하는 것은 이제 건강과 여유로운 생활일 것이다 생각하니, 한국에서 추운 겨울 밖에 나가길 주저하며 운동도 하지 않고 겨울을 보내야 했던 나의 생활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부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곳곳에 공원이 설치되어 자연을 마음껏 누리는 사람들을 보며 같은 세기를 살아도 현저히 다른 세계를 사는 그들의 세계가 한없이 부러운 아침이었다.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부를 가진 자만이 카할라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유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버스를 타기 위해 터덜터덜 내려왔다. 이 지역을 보기 위해서는 거의 자가용으로 움직이는데 시내버스를 타고 나처럼 이 전망대에 오는 사람도 없겠구나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그래도 뛰지는 않았지만 걸어 다니며 잠시 자연의 부를 맛본 상쾌한 아침이었다.